다사다난한 겨울을 보낸 LG가 6승 2무 5패로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결과 보다는 전력을 테스트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시범경기지만 LG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지난 시즌 막판 감독 사퇴부터 시작해 주요 선수들의 FA 이적과 경기조작 사태로 인한 선발투수 2명의 퇴출로 어느 팀보다 전력누수가 심했고 이에 따른 팀 분위기 저하도 걱정됐다.
주전 포수와 마무리가 떠나면서 센터라인이 약화되고 불펜진은 낮아졌다. 이에 더해 토종 에이스의 이탈로 인한 선발진 붕괴는 LG에 커다란 악재로 다가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LG는 전지훈련부터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답안을 제시했다. 지난 2주를 돌아보며 LG가 내세운 해결책과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를 확인해본다.

▲ 절망 속에서 희망 찾은 센터라인
가장 큰 불안요소로 여겨진 부분은 센터라인이었다. 14년 동안 포수 자리를 지켜온 조인성이 FA로 이적했고 멀티 내야수 박경수가 군입대하면서 순식간에 LG의 센터라인은 8개 구단 최악이 됐다. 조인성의 자리를 대체할 선수들 누구도 풀타임 1군 출장경험이 없었고 전문 2루수 부재에 유격수 오지환은 불안한 수비로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희망은 전지훈련부터 싹텄다. 무려 포수 다섯 명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고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동욱을 2루 수비에 전념케 하는 한편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베테랑 김일경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유격수 오지환에겐 매일 1000개의 타구를 잡아내게 하는 지옥훈련으로 기량 발전을 도모했다.
LG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팀 훈련 외에도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연습경기를 치렀고 효과는 시범경기부터 드러났다. 2년차 고졸 포수 유강남은 시범경기에서 도루 저지율 58.3%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고 신인포수 조윤준은 타율 3할6푼4리에 OPS(장타율+출루율) 962를 찍었다. 올 시즌 17년차 베테랑 심광호가 포수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예 포수 두 명이 LG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박경수의 공백도 서동욱과 김일경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오지환과 함께 부단히 수비 연습에 임했던 서동욱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고 베테랑 김일경은 안정적인 수비 외에도 작전수행 능력과 주루플레이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서동욱이 주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지만 김일경도 경기 상황에 맞게 언제든지 투입되어 쏠쏠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력 향상도 시범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안 좋았던 습관들을 모두 바로잡기 위해 지옥훈련을 감행했고 땅볼 처리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타구의 리듬을 캐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포구 자세에서 송구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모두 부드럽게 이뤄졌으며 경기마다 감탄사를 유발하는 호수비를 연출했다.
▲ 마무리의 이적에도 양과 질 모두 두터워진 불펜진
“야구에서 7, 8, 9회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 후반에 강한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김기태 신임 감독의 우선 과제였던 강한 불펜진이 시범경기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중반 불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트레이드로 데려왔던 송신영이 이적했지만 불펜진은 오히려 더 두터워졌다.
리즈에게 마무리를 맡기면서 리그 최고의 파위피처가 올 시즌 LG의 뒷문을 책임진다. 그동안 이상열 홀로 고군분투했던 좌투라인에는 류택현, 봉중근, 신재웅 등이 더해졌다. 특히 류택현은 팔꿈치 수술에서 완벽히 돌아와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0을 올렸고 시즌 중반 합류가 예상됐던 봉중근도 빠른 재활로 불펜에서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작년 후반부터 필승조로 깜짝 활약을 펼친 한희도 전지훈련 고전을 뒤로 하고 시범경기에선 호투를 거듭, 살아난 구속과 함께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도약을 준비하는 우규민, 다시 한 번 LG 마운드를 책임지려 하는 이동현과 제구력이 향상된 유원상을 돌아보면 불펜 가용자원은 최근 어느 시즌보다 풍부하다.
▲ 불안한 선발진. 아쉬운 4번 타자
반면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도 있다. 초유의 사태로 선발투수 2명이 퇴출되고 리즈가 마무리로 전향하면서 선발진의 높이는 대폭 낮아졌다. 냉정히 보면 에이스 주키치 외에는 승리를 보장할 선발투수가 없다. 김기태 감독은 신구조화가 이뤄진 선발진을 구성하려 하지만 이들이 시즌 내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년차 임찬규가 선발로 전향했지만 적응을 위해선 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한 상태고 이는 지난 시즌 1군에서 5⅔이닝만을 소화했던 임정우도 마찬가지다. 김광삼, 정재복, 이대진 등의 베테랑이 예상외의 활약을 펼쳐야 LG 선발진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4번 타자로 낙점된 정성훈도 더 지켜봐야한다. 정성훈은 시범경기 타율 2할3푼3리를 기록했고 안타도 모두 단타였다. 정성훈에게 20, 30개의 홈런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장타도 날릴 수 있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려면 정규 시즌까지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을 바라보며 “재미있는 시즌을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즉 LG가 올 시즌 이변의 중심에 서겠다는 단호한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동안 굳건히 풍파를 헤쳐나간 김기태호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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