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는 왜 이순재-정보석이 될 수 없을까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4.17 17: 50

KBS2TV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이하 선녀)’가 동시간대 방영됐던 시트콤 MBC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가 종영된 후에도 시청률 평균 6%를 맴돌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인표가 전례 없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선전하고 있지만 시청률에서는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차인표처럼 선 굵은 연기를 주로 선보이다가 시트콤을 통해 반전 매력을 꾀했던 배우는 그 전에도 있었다. 이순재와 정보석은 각각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국민 아버지'와 '젠틀한 동안 미남' 이미지를 버리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왜 차인표는 '하이킥' 시리즈의 이순재-정보석이 되지 못한 것일까?
‘하이킥’ 시리즈는 정극 출신 연기자들도 완전한 시트콤 배우로 탈바꿈 시켰다. 국민 아버지였던 이순재는 ‘야동 순재’로 거듭났고, 젠틀한 동안 미남 정보석은 데릴사위의 애환을 간직한 ‘쥬얼리 정’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선녀’의 차인표에게는 아직 그렇다 할 수식어가 없다. 말끔한 수트 차림이 익숙한 신사적인 이미지의 차인표가 연기 오디션을 준비 중인 청년 세주로 등장, 최강 촌티 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선녀 왕모의 닭털패딩쇼에서는 맨살에 패딩조끼를 입고 하이패션 포즈를 시도했지만 화제는 일회성으로 그쳤다. 분노의 연필깎기와 훌라후프 등 ‘분노 시리즈’와 중국집 전단지를 씹어먹는 강도 높은(?) 열연을 펼쳤지만 돌아오는 말은 ‘살신성인’이라는 말뿐이었다.
‘살신성인’이라는 표현은 차인표 혼자만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얘기다. 차인표는 강렬한 눈빛과 과도한 진지함을 앞세운 몸개그로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이것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일회적인 화제성에 그치고 만 것.
시청자들은 단순한 몸개그가 아닌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열광한다. ‘하이킥’에서도 몸개그 행렬은 많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명장면은 이순재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노트북에 대고 “야!동!, 야동, 야동 나와라!”라고 외치던 모습과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구박 압박 때론 엄청난 속박, 결국 내게 돌아오는 강한 협박”이라며 이순재 앞에서 한 맺힌 듯 폭풍 랩을 늘어 놓던 쥬얼리 정의 모습이다.
이는 시청자들이 체통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가족들 몰래 ‘야동’을 외치는 집안 어른 이순재와, 장인에게 만날 구박을 당하고 아내에게 하이킥을 얻어 맞는 ‘찌질이’ 쥬얼리정의 애환에 공감했기 때문일 터. 결국 이들의 사연 있는 ‘살신성인’은 웃음을 넘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고 입소문을 타 화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망가지기만 하는 차인표를 원하지 않는다. 망가지는 차인표를 보고 싶다면 KBS 2TV ‘해피투게더3-선녀가 필요해 특집’으로도 충분하다. 단순히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 내는 차세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차인표 배우 개인을 넘어 ‘선녀’ 제작진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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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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