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내)는 야구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기록은 아니다. 1986년 의 기자 리처드 저스티스가 처음 만들어 쓰기 시작한 퀄리티스타트의 개념은 이제 선발투수의 가치를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로 정착했다.
공식 기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퀄리티스타트가 대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투수가 등판했을 때 경기에 대한 최소한의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많은 야구는 언제 어떤 변수가 경기 중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다. 그러한 나쁜 변인을 최소화하고 통제하면서 최대한의 점수를 뽑아내는 게 감독이 할 일이다.
평균자책점이 3.00으로 정확하게 똑같은 두 선발 투수가 있다고 가정하자. 한 투수는 9이닝 완봉과 3이닝 4실점을 번갈아가며 하며 지독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다른 한 투수는 꾸준히 6이닝 2실점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팬 들은 전자에 열광할 수 있겠지만 팀으로선 후자가 훨씬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계산이 서는 투수'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33)은 이와 같이 계산이 서는 투수다. 올 시즌 경찰청에 입대한 장원준의 공백을 메워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유먼은 입단 당시부터 '한국형 외국인투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까지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진 않다.
파워피처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대만 야구를 경험했기에 동양 야구에도 익숙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때문에 투수 출신인 두산 김진욱 감독은 시즌 전 "투구폼이 깔끔한데다 기교파 치고 구위도 좋고 제구가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유먼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먼은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도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갔다.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유먼은 6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투구를 마쳤던 유먼이지만 팀이 9회 역전에 성공하며 패전은 면했다. 이로써 유먼의 올 시즌 성적은 3경기 20⅓이닝 2승 평균자책점 2.21이 됐다.
▲ 뛰어난 제구력과 안정감…"계산이 선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유먼은 투구 내용도 안정적이었다. 특히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이상적이다. 현재까지 유먼이 기록한 누적 투구수는 306개 였는데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05개, 볼이 101개였다. 거의 정확하게 2:1 비율을 유지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24일 경기에서도 유먼은 99개의 투구수 가운데 스트라이크 63개, 볼 36개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먼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20⅓이닝동안 볼넷을 4개만 허용하며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이 1.77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가졌기에 매 경기 100개 안팎의 투구수로 평균 7이닝에 가까운 소화이닝을 보이고 있다. 제구력이 뒷받침된 가운데 공격적인 피칭을 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아직 3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지만 유먼의 세부 성적을 살펴보면 현재까진 선발 투수로서 흠 잡을데가 없다.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찍은 가운데 피안타율은 2할2푼1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WHIP(이닝당 출루)도 1.03으로 최상급 성적을 유지하는 중이다. 때문에 유먼의 선발 등판 경기가 끝난 뒤 양승호 감독은 "유먼의 피칭이 좋았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유먼 영입에 깊게 관여했던 롯데 구단 관계자도 유먼의 안정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흠 잡을데가 없다. 키가 큰(195cm) 좌완 투수가 공을 뒤로 숨겨서 나오다가 오버핸드로 내려찍기에 타자로선 타이밍 잡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투구 폼이다. 기교파로 알려졌지만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오는 등 공의 구위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제구력이 있기 때문에 기복이 적다. 등판했을 때 최소한의 계산이 서는 투수"라는 게 구단의 평가다.

▲ 우타자도 두렵지 않다…명품 서클 체인지업
흔히 좌완 투수가 바깥쪽 공을 던질 줄 알면 최소 5승은 더 거둔다라는 말이 있다. 좌완은 기본적으로 몸쪽 공을 잘 던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기에 바깥쪽 승부구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점 역시 유먼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유먼은 바깥쪽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한다. 이 부장은 "힘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볼 속도를 조절하는 등 노련하고 요령 있는 피칭에 능하다"면서 "결정구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이 있어 바깥쪽 승부에도 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먼의 결정구는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다. 우타자를 상대로 유먼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서클 체인지업을 즐겨 던진다.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유먼의 서클 체인지업에 타자들은 번번이 속기 일쑤다. 덕분에 유먼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1푼7리로 좌타자 피안타율 2할2푼6리보다 오히려 낮다.
또한 결정구를 갖춘 덕분에 탈삼진 능력도 빼어나다. 현재까지 유먼은 총 19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K/9)이 8.41개에 이르는 높은 탈삼진 능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위가관리 능력도 돋보인다. 주자가 있을 때 유먼의 피안타율은 1할5푼2리로 뚝 떨어진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는 피안타율이 2할3푼8리지만 탈삼진이 8개나 된다. 여기에 아직 피홈런이 없는 건 '덤'이다.
▲ 밝은 성격은 덤…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경기 전 덕아웃 어느 곳에서도 유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많은 외국인투수들은 선발등판 전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몸풀기로 경기를 준비한다. 그렇지만 유먼은 긴장감 없이 밝은 모습으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다. 24일 경기 전 양승호 감독은 저 멀리서 유먼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리자 웃으며 "아 쟤 또 혼자 떠드네. 시끄럽다고 좀 전해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입단 당시부터 "빨리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던 유먼은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 간단한 의사 표시는 직접 할 정도다. 지나가다 양 감독이 보이면 깍듯한 거수경례와 함께 해맑은 미소로 "안녕"이라고 말하고 지나간다. 그러면 양 감독은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거수경계를 받아준다.
유먼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료들과 벌써 많이 친해졌다. 특히 같은 좌완인 이명우와는 스스럼없이 장난도 친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이명우가 유먼에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슈가(유먼의 별명), 너 말 안들으면 한국 과자 안 준다"라고 하자 유먼은 곧바로 얼차려 자세를 취하며 "과자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곧바로 유먼은 방망이를 집어들어 이명우의 엉덩이를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통역 업무를 담당하는 롯데 박준혁 대리는 "유먼과 사도스키는 성격이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도스키가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이라면 유먼은 언제 어디서든 밝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친화력이 있어 선수단과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또한 성격이 다른 유먼과 사도스키지만 벌써 둘이 많이 친해졌다"고 귀띔했다.
일단 한국무대 연착륙에는 성공했다. 관건은 체력 유지다. 올 겨울 유먼은 도미니카 리그에서 뛰었기에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체력적인 문제가 올 수도 있다. 실제로 아퀼리노 로페즈는 도미니카 리그를 뛴 이후 2010년 시즌 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부쩍 보이기도 했다. 과연 유먼이 지금의 페이스를 쭉 유지해 지난해 15승을 거뒀던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공백을 채워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cleanupp@osen.co.kr
대구=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