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한 건 내가 잘못했다".
몸에 맞는 볼로 한바탕 신경전을 벌인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과 롯데 사이드암 투수 김성배(31)가 하루 만에 화해했다. 김태균과 김성배는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만나 화해의 악수와 격려를 나눴다. 롯데 선수단이 도착하자마자 김태균이 김성배에 먼저 다가가 사과했고, 김성배도 허리를 어루만지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김태균과 김성배는 지난 6일 경기에서 몸에 맞는 볼 때문에 충돌 직전까지 갔다. 7회 2사 1루에서 김태균의 김성배의 초구에 허리를 가격당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태균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김성배는 별다른 사과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두 선수가 설전을 벌였고, 양 팀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하루가 지난 7일 대전구장. 김성배에게 사과한 김태균은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선배인 줄 몰랐다. 후배가 선배에게 반말하고 뭐라한 것은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김태균은 김성배가 후배인 줄 알고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이에 김성배가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며 맞불을 놓은 게 충돌의 직접적인 이유였다.
사과는 했지만 김태균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무리 선배라도 미안하다는 표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을 지나가다 부딪쳐도 사과하지 않나. 올해 LG 주키치랑 삼성 (배)영수형한테 맞았을 때에도 정말 아팠고 화도 났지만 바로 사과를 해서 잘 넘어갔다. 그런데 어제는 맞아서 아파하는데 아무런 사과 표시가 없어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작년에 일본에서도 허리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도 허리 상태가 안 좋아 예민해진 상황이다. 나도 그렇게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성배는 김태균이 1루에 나가면 사과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그때는 이미 늦은 것 아니냐. 내가 투수들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공을 맞힌 타자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고 본다. 내가 선배한테 반말하고 그런 건 잘못했지만, 선배라도 후배에게 최소한의 표시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도 사과를 하고 화해하며 잘 마무리되자 김태균의 표정도 밝았다. 그는 오히려 롯데 포수 강민호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균은 "민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장난을 많이 친다. 어제도 첫 타석부터 '공 하나 맞히겠다'고 자꾸 장난 쳤다. 그런데 진짜 몸에 공을 맞아서 그런지 민호도 당황해서 미안해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마침 곁으로 다가온 강민호가 "머리 정말 크다"며 김태균을 놀리더니 "몸은 괜찮나"고 물었다. 김태균이 "아파 죽겠다. 진짜 맞추냐"고 답하자 강민호는 "그래, 그럼 오늘 쉬어야겠네"라며 능글 맞은 웃음을 지었다. 김태균은 "팀이 꼴찌인데 경기 나가야지"라고 응수했다. 그때 마침 배트를 들고 나타난 롯데 홍성흔은 "KBO 수첩 좀 보고 다녀라. 어떻게 선후배도 모르고 다니냐"며 익살스럽게 배트로 김태균의 엉덩이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김태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는지 샌드백에 몸을 두른 채 홍성흔의 매를 겸허하게 받았다.
김태균은 "(나와 김성배) 둘이서만 심각했다. 이것도 야구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벤치 클리어링 도중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홍성흔에게 "이야, 턱이 정말 길다. 턱 좀 넣어라"고 했고, 홍성흔은 "그냥 들어가시죠"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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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