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세계로 뻗어가던 K팝 한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외부의 규제가 아니고 내부에서 발목을 걸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오는 18일부터 인터넷에 게재되는 모든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등급 분류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 가요계는 때아닌 규제 조치 발표에 들끓고 있다. "한국 기관이 K팝 한류를 돕지는 못할 망정 왜, 죽이시려고요?"
18일부터 시행되는 인터넷 뮤직비디오의 등급분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 50조 ①항 2호에 따라 이루어진다. 등급분류를 받을 대상은 대가 유무와 관계없이 음악영상물 제작업자가 제작하거나 배급업자가 유통하여 공중의 시청에 제공하는 뮤직비디오, 대가 유무와 관계없이 온라인 음악서비스 제공업자나 판매업자가 공중의 시청에 제공하는 뮤직비디오 등이다.
여기서 가요계가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유투브 등 글로벌 SNS 통신망에 내보내는 K팝 가수들의 뮤비 모두가 등급 심사를 받게된다는 점이다. 또 영등위의 오락가락 등급 판정 기준은 이미 영화계도 자주 시비를 걸었던 부분이고, 분초를 다투는 가요계 티저 영상 및 뮤비 제작 마케팅에 통상 최대 14일이라는 심의 처리기간의 제약이 생겼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국내 가요 기획사들은 "유투브에 어떤 소재나 내용이건 자유롭게 쏟아내고 발표할 수 있는 해외 뮤지션들과 달리, 국내 소요되는 한국의 K팝 가수들만 뮤비 등급 심의 제재를 받는다면 그것부터가 불공정 경쟁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소녀시대와 빅뱅을 비롯해 K팝을 이끄는 한국 아이돌그룹들의 대다수는 SNS 붐을 타고 지구촌 곳곳에 자생적인 한류팬들을 줄기차게 만들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영등위가 레이디 가가 같은 해외 가수들 뮤비도 자체 검열한 뒤에 SNS에 올리게 한다면 딴 소리 안할 것"이라며 이번 영등위의 일방적인 결정을 비난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SM YG JYP 등 대형 기획사보다는 TV 방송 출연 기회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인터넷 홍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군소 기획사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신인 걸그룹을 준비중인 한 기획자는 "자본이 적은 제작사들 입장에서 뮤비 등급 분류는 신인들을 내는 데 엄청난 제약을 줄게 뻔하다. 현 가요 시장에서 제일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 창구가 줄어들 뿐더러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물론 문제의 발단이 가요계 내부에서 시작됐다는 비난도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수들의 새 노래 발표 때 뮤직 비디오가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자 일부에서 심하게 선정적인 동영상들을 인터넷에 유출했다는 것. 하지만 가요계에서는 "문제가 된 제작자나 가수는 극히 일부로 이들은 결국 법의 제재를 받는다"며 "한 두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K팝 열기에 찬물을 끼얹다는 것부터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중이다.
한편 영등위 측은 등급 분류 기간이 2주일에 달한다는 비난 등에 대해 “현재 영등위의 비디오물 등급 분류는 14일 내에 처리하도록 되어있지만 보통 5일에서 7일이면 결과가 나온다. 게다가 18일부터 시행되는 뮤직비디오 등급분류는 별도의 접수 순번을 부여해 빠른 시간 안에 처리되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등급 분류는 검열이 아니라 연령 별로 적절한 등급을 부여하고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분들에게 내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고 전했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