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롯데, 선발 조기강판에도 경이적 승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22 06: 00

감독, 그리고 투수코치가 가장 난감한 순간은 선발투수가 경기초반 난조를 보일 때다. 특히 3이닝을 겨우 채우고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더욱 그렇다. 보통 감독들은 경기 전 상황별로 메뉴얼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 투수들을 차례로 투입한다. 만약 선발투수가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오면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
21일 롯데가 그랬다. 2위 롯데는 대구구장에서 선두 삼성을 맞아 중요한 일전을 벌였다. 삼성과는 5경기 차이, 하지만 바로 뒤에서 SK와 두산이 위협하고 있었기에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더욱이 한 주의 시작인 화요일 경기라 더욱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믿었던 선발 이용훈이 1⅓이닝만에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롯데에는 믿음직스런 롱 릴리프 진명호가 있었다. 진명호는 이용훈의 뒤를 이어 3⅔이닝동안 1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5회까지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이용훈이 일찍 내려갔지만 롯데는 결과적으로 진명호가 호투를 펼쳐 선발이 5이닝 무실점투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날 롯데는 6회부터 투수 5명을 연달아 투입하는 '양떼야구'를 다시 보여주면서 삼성을 5-3으로 눌렀다. 9회 이명우가 3실점을 한 것이 흠이라면 흠, 그렇지만 홍성흔이 홈런포 2방으로 살아난 것은 확실히 호재였다.
올 시즌 롯데가 달라진 점은 선발투수가 3이닝 이하를 소화했을 때 승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롯데의 선발투수가 위와 같은 조건을 채우고 강판된 경기는 모두 7경기, 이 가운데 5승을 거둬 무려 승률 7할1푼4리를 기록 중이다.
보통 선발이 조기강판되면 경기를 포기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리그에서 선발투수가 3회 이내로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성적은 35승 95패 1무, 승률 2할6푼9리에 지나지 않았다. 5회를 채우지 못했을 때 팀 승률도 2할8푼에 그쳐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년 롯데의 선발이 3이닝 이하를 소화했을 때 성적은 1승 9패, 승률 1할이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같은 조건에서 롯데의 성적도 3승 30패, 승률 9푼에 그쳤다.
그만큼 선발투수가 조기강판되면 경기를 운영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올해 롯데가 거두고 있는 '5승 2패'라는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사실 21일 경기는 선발투수가 실점 없이 부상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이 경기를 제외해도 4승 2패다. 이는 롯데 불펜진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선발투수 바로 뒤에 등판하는 롱 릴리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7번의 경기에서 이용훈이 1번, 이승호가 2번, 김수완이 2번, 진명호가 2번씩 각각 등판했는데 모두 합해 18⅔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2.89로 잘 던졌다. 그나마 6실점도 모두 김수완 혼자 허용한 것, 나머지 5번의 경기에선 단 1실점도 없었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았다는 의미다.
롱 릴리프는 빛나기 힘든 자리다. 그렇지만 롯데의 롱 릴리프는 최선을 다해 패색이 짙은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진명호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2위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