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한국 삼보"…"힘들지만 멈출 수 없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9.09 07: 21

"여기서 이대로 멈출 설 수는 없지 않나."
삼보의 종주국 러시아에서 한국 삼보가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지난 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종합체육관 내 드루즈바 실내경기장에서 펼쳐진 2012 러시아 대통령컵 국제삼보대회. 개인전 없이 단체전만 치러지는 이 대회는 주최국 러시아를 포함 세계 8개국만 출전했다.
한국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몰도바 등과 함께 당당하게 초청장을 받아들었다. 2006년 이후 7년 연속 이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은 9개 전 체급에 대표 선수를 파견했다. 52kg급 김동빈(17, 창원 기계공고 2년)을 비롯해 57kg급 김주홍(18, 대불대 1년) 62kg급 전충일(30, 전북 슈플렉스) 68kg급 박철현(21, 위덕대 2년) 74kg급 김영민(18, 목포 한빛) 82kg급 이현백(29, 대구 한 AJC) 90kg급 정호중(18, 목포공고 3년) 100kg급 유준영(20, 원광대 2년) +100kg급 홍성준(30, 전북 슈플렉스) 등이 주인공들.
그러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9전 전패로 1회전서 탈락했다. 세계 최강 러시아와 쌍벽을 이루는 벨라루스를 상대한 것이 불운이었다. 힘과 기술, 경험에서 모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대주 김영민이 발걸이 한판패로 진 것을 비롯해 나머지는 모두 판정패 했다.
▲"10년 후 바라보고 초석 다지는 중"
그럼에도 이날 한국 선수단의 표정은 크게 어둡지 않았다. 10년 동안 레슬링을 해왔고 이종격투기까지 경험한 전충일은 "힘, 기술,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쉽지 않았다"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10년을 바라보고 우리가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체육관 관장이면서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인 전충일은 "이기기 위해 온 것은 맞다. 하지만 보면서 배우고 직접 느낀 것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제대 후 대학 2학년으로 복학한 박철현 역시 "물론 결과는 9전 전패다. 상대에게는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발전을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전에는 1분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5분을 견뎌내고 포인트도 올리고 있지 않나"라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또 "장학금을 받으며 삼보를 하고 있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 청원경찰이 직업인 이현백은 "기술 제한이 없다는 점이 매력"이라면서 "2007년부터 세계 대회에 참가해오고 있지만 아직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자신했다. 이현백은 고교 때 이루지 못한 유도 국가대표의 꿈을 삼보를 통해 이뤘다. 경북 울진 후포초·중, 경북 진량 신상초에서 유도 코치로 활약했던 이현백은 2007년부터 삼보의 매력에 빠졌다. 오는 10월 14일에는 동갑내기 아내를 맞이하는 예비 신랑이기도 하다.
▲"응원해 주시면 더 힘이 납니다"
문종금 대한삼보연맹 회장은 세계 삼보계에서는 유명인사다. 특히 정치인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삼보라는 점에서 러시아가 문 회장에 베푸는 대우는 각별하다. 개인적으로 방문을 할 때는 직접 정부 측에서 마중을 나올 정도. 입국심사까지 편의를 봐줄 정도다.
문 회장은 이날 'SAMBO.TV'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 성적보다는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것이 조금씩 한국 삼보가 향상돼가고 있는 원동력"이라면서 "실력을 떠나 8개국에 포함돼 초청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러시아의 관심에 대해 "이번 런던올림픽을 비롯해 한국이 꾸준하게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자 한국 삼보에 대한 잠재력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 "실력은 아직이지만 세계적으로 한국 삼보의 존재감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선수들은 또 다른 분위기에서 경기에 나섰다. 경기장에 모스크바국립대학교 한인 학생들 40여 명이 관중석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POP에 관심이 높은 여성 러시아인들이 대거 응원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대한민국'을 연호했나 하면 북까지 준비, 리듬을 이끌며 흥을 돋우웠다. 러시아 삼보 드미트리 트로쉬킨 감독 및 관계자들은 경기 후 "삼보경기장에서 처음 보는 응원이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부러움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국제경기가 처음이었던 정호중은 "막상 선수로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박철현은 "힘이 많이 됐다. 항상 선수가 선수를 응원했는데 처음으로 응원을 받으니 흥분됐다"면서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고 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삼보 단장으로 이번 경기에 참석한 이정휘 옥성건설 대표이사도 "한국 삼보를 위해 응원해 준 교민과 학생들이 고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상조, 박기서 대표팀 코치는 "대진운만 좋았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한국 삼보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남두 심판도 "완패했지만 내용에서는 분명 발전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모스크바국립대 한인 학생회장 송활(28, 국제통상학과 3년) 씨는 "삼보 경기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도 삼보를 한다는 사실에 기뻤다. 러시아에서는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며 "종주국에서 한국 삼보를 알게 돼 교민들이나 학생들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비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으로 여겼으면 한다.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 삼보가 황무지에 가깝다보니 이번 경기를 계기로 교민 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