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걱정이고 져도 걱정이다. 대표팀의 무조건적인 승리를 바라면서도 경기 후의 '후폭풍'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 현지 한국 교민들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자르 훈련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3일 앞으로 다가온 결전의 날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선수들은 땡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자르 훈련장에는 약 70여 명의 교민이 찾아와 대표팀에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TV로만 보던 축구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들뜬 어린 아이들은 물론 이민 15년차의 '베테랑'까지 한 자리에 모여 훈련을 지켜봤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교민들의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늘어났고 선수들이 스탠드에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인종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타지에서 삶 속에서 불쑥 찾아든 대표팀의 존재는 교민들에게 있어 반가움 그 자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교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국을 비롯해 기성용과 이청용, 박주영 등이 공을 잡으면 어김없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선수들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교민들의 관심은 단순히 훈련장을 찾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는 경기가 열리는 11일 약 300명 규모의 응원단을 조직해 파흐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대한축구협회의 지원도 없어 훌쩍 뛴 티켓값을 충당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교민들의 걱정은 따로 있었다.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면서도 승리 후 닥쳐올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한인여성회 부회장 이애다 씨는 "경기에서 이겨도 걱정"이라며 지난 2005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2005년 6월 3일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후반 45분 터진 박주영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원정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패색이 짙었던 한국이 원정에서 값진 승점 1점을 따내며 기사회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는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셈인만큼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애다 씨는 "7년 전 박주영이 골을 넣었을 때 현지 분위기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업소들은 성난 우즈베키스탄인들의 공격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타슈켄트의 한 한인 식당은 경기 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인들의 공격으로 가게 유리문이 모두 깨지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 당일은 교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인 응원단을 위한 구획이 따로 마련될 예정이다. 경기에서 질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이길 경우 교민들은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간 후에야 경찰들의 통제 속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삶을 살아가야하는 교민들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그야말로 이겨도 걱정, 져도 걱정인 상황이다. 그러나 교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없이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타향살이 속에서 느끼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위협적인 후폭풍으로도 가로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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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