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용(29)는 '27번째 선수'다. 1군 엔트리는 26명, 황성용은 그 경계에서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다. 외야 수비수가 부족할 때는 1군에 올라와 대수비로 출전하고, 또 얼마 뒤엔 2군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황성용은 롯데에는 없어선 안 될 선수다. 지난해까지 외야 4옵션이 이인구, 혹은 이승화였다면 올해는 황성용의 비중이 높다. 시즌 초 발목부상을 당한 이인구는 타격은 되지만 러닝이 아직 안 되고, 이승화는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그리고 강한 어깨는 황성용만의 장점이다.
지난해 황성용은 57경기에 출전, 타율 2할2푼6리 5타점 16득점을 올렸다.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보긴 힘들지만 결정적인 순간 환상적인 수비로 롯데의 2위 등극에 공헌했다. 2011년 9월 22일 롯데는 SK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가졌다.

당시 롯데와 SK는 반 경기차로 엎치락뒤치락 2위싸움을 벌이고 있던 중, 손아섭의 부상으로 선발 우익수로 출전한 황성용은 연달아 호수비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1사 1루에서 머리 위를 넘어가는 임훈의 우중간 타구를 잡아낸 뒤 강한 어깨로 정확하게 1루로 송구, 스타트를 끊은 주자까지 잡아낸 장면은 '더 캐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환상적인 수비였다. 이후 롯데는 자리를 계속 지켜내 창단 첫 단일리그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황성용은 "백업선수로 선수생활을 마칠 수는 없다. 주전선수를 노려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롯데 외야진의 벽은 높았다. 결국 대수비와 대주자 등 지난해와 비슷한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9월, 황성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에 큰 보탬이 됐다.
지난 12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경기에서 롯데는 9회 2사까지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여기서 황재균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가 나와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사 주자는 2,3루, 타석에는 황성용이 들어갔다. 황성용은 7회 대수비로 들어가 9회 결정적인 순간 첫 타석을 맞았다. 그리고 최향남의 6구를 받아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결국 롯데는 3-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황성용은 역전타 상황에 대해 "타석에 들어설 때 끝까지 긴장되진 않았다"면서 "박정태 코치님과 연습을 많이 했다. 자신감 있게 스윙을 하자고 다짐을 한 뒤 타석에 들어갔고 결승타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유독 가을만 되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선 "원래 가을에 타격감이 좋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타석에서 좀 더 집중한 덕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환상적인 수비 하나로 팀의 2위를 이끌어 낸 황성용은 이번엔 방망이로 팀을 살렸다. 만약 롯데가 패했다면 3위 SK에 1.5게임차로 쫓기게 됐고, 선두 삼성과도 4경기 차로 벌어져 2위 수성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뻔했다. 올해 58경기에 나서 타율 2할2푼5리 6타점 11득점만을 기록하고 있는 황성용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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