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이정진, '비덩'이 '강도' 칼을 들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9.14 11: 5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청소년을 연기하던 시절의 이정진은 풋풋하면서도 반항기에 가득찬 10대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던 배우였다. 영화 첫 주연작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년)에서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히더니 2년 뒤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와 '마파도'(2005년)로 확실한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파릇파릇한 청춘을 자랑하던 이정진도 어느덧 30대 초반. 전성기 남자배우로선 탄탄대로를 질주하고 있을 나이다. 하지만 그는 '말죽거리'와 '마파도' 이후 톱스타로서 그에게 쏟아졌던 큰 기대보다는 다소 못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다재능한 팔방미인 캐릭터이고 자신보다 주위를 먼저 챙기는 착한 성품이 오히려 배우로서의 성공 가도에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도 크다.
2006~2010년까지 이정진은 여러 영화와 방송, 그리고 최고의 인기 예능 프로였던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 다채로운 매체와 장르에서 인기를 모았지만 어느 한 분야의 확실한 톱으로 평가를 받지는 못한 것이다.

매력적인 외모와 몸짱의 총칭이 된 비주얼 덩어리, '비덩'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 가운데 단연 우월한 용모를 과시하면서 비주얼을 대표하는 '비덩'으로 떠올랐고 뭇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런 '비덩'이 올해 드디어 진정한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김기덕 감독의 감독 잔혹극 '피에타'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사채 회수꾼 '강도' 역을 맡아 가슴 서늘한 악역을 선보인 것이다.
거액 출연료를 내건 상업영화 주연이나 방송 MC 고정 제의들을 다 거절하고 선택한 김 감독의 '피에타'는 이정진에게 값진 선물을 안겼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이다.
배우 이정진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평가는 물론이고 세계 영화계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엥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베니스라는 나라는 화면에서만 봤고 유럽쪽 나라는 처음으로 가 본 것인데 처음 도착했을때와 공식상영 이후 우리를 대하는 것이 달랐다"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피에타'가 상영되고, 또 그 결과물에 대한 유럽인들의 환호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국 고진감래였다. 이정진은 출국 전 OSEN과의 인터뷰에서 '피에타' 촬영 당시 힘들었던 과정을 전한 바 있다. 고작 촬영 2주 전에 시나리오를 받은 그는 결정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단다. "이틀 뒤에 감독님을 만났고 급하게 촬영에 들어갔다. 평소에 김기덕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닥치니까 내가 준비가 됐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생기더라"고 했다.
그러나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닥공마냥 이정진도 일단 정해진 일에는 '닥치고 촬영' 스타일. 그가 맡은 '강도'에만 몰입했다.
"(강도는)굉장히 극과 극에 있는 사람이다. 진폭이 큰 사람이다. 그리고 성장이 멈춰버린 사람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아예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싫다고 해도 기본교육은 받게 돼있는데 아무것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 그의 사고는 어린 시절 시기에 멈춰있다."
이제 이정진은 '비덩' 보다 '강도'의 이미지로 당분간 영화팬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 또 하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의 남자 주연으로 영원히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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