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떨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많이 멀었다".
'슈퍼루키' 한화 내야수 하주석(18)이 1순위 거물 신인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주석은 지난 21일 대전 넥센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초구에 절묘하게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끝내기 승리 주인공이 됐다. 한화가 스퀴즈 번트로 끝내기 승리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하주석은 고졸신인답지 않게 침착한 작전 수행으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기분 좋은 '구타 세레머니'를 당했다.
하주석은 "초구에 스퀴즈 번트 사인이 났다. 부담되는 건 전혀 없었다. 그라운드 안에 공을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원래 번트는 자신있었다"며 "운 좋게 직구가 들어와 번트를 잘 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구 스퀴즈 번트 사인에도 그는 상대 투수 박성훈의 초구 직구에 침착하게 번트댔고 3루수와 투수 사이로 절묘하게 스핀을 먹은 타구를 보내며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하주석은 9월 16경기 중 15경기에서 선발출장하며 붙박이로 기용되고 있다. 38타수 8안타로 타율은 2할1푼1리에 불과하지만 도루를 6개나 성공시켰다. 실패는 하나도 없다. 단순히 보여지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폭넓은 수비범위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하주석의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르다. 수비가 되고, 발 빠른 건 알았지만 타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타격에 빈틈이 많았는데 계속 경기에 나가며 맞히는 게 나아졌다. 김용달 타격코치님이 계속 붙들어놓고 가르치는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공을 받쳐놓고 치는 대응 능력이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이어 "하주석을 보니 괜히 1순위가 아닌 것 같다. 코치들이 아무리 가르치고, 경기에 내보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하주석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 주루 플레이 봐도 알수 있듯이 타격과 수비에서도 센스가 넘친다. 수비는 남들이 쫓가지 못할 타구도 따라갈 정도로 범위가 아주 넓다. 우리 한화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주석 본인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그는 "이제 떨리거나 부담되는 마음은 없다. 요즘 계속 경기에 나가며 공을 보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 변화구도 맨날 헛스윙 했는데 이제 조금씩 공이 보인다. 처음보다 공을 잡아놓고 치고 있다. 여러모로 적응이 되는 게 느껴진다. 조금씩 자신감도 생긴다"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자만은 없다. 그는 "아직 많이 멀었다. 가야할 길이 멀다"며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기본이기 때문에 더 연습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매경기 뒤 흙투성이가 되는 유니폼을 가리켜 "지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라며 허슬 플레이를 강조한 뒤 "다음 끝내기 찬스에서는 안타를 치겠다"고 다짐했다. 슈퍼루키의 급성장에 한화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