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보다는 희망을 비춘 경기였다.
LG는 24일 문학 SK전에서 5-3으로 승리했지만 4위 두산이 한화를 꺾으면서 4강 가능성이 소멸됐다. 하지만 이날 LG는 여러 부분에서 2013시즌의 청사진을 비췄다.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지독한 불운을 떨쳐내고 선발승을 따냈으며 리빌딩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베테랑과 신구조화를 이뤘다. 이로써 LG는 올 시즌 SK를 상대한 17경기서 10승 6패 1무를 기록, 6년 만에 SK에 상대전적 우위도 점했다.
이날 경기서 가장 돋보인 이는 6⅓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을 거둔 리즈였다. 리즈는 후반기 최고 투수이자 가장 불운한 투수로 꼽혔다. 후반기 평균차잭점 2.78, 8월 이후 선발 등판한 7경기 중 6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1승 밖에 거두지 못했었다. 8월 31일 사직 롯데전 이후 꾸준히 최고구속 160km 이상의 직구를 꽂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지만 돌아오는 건 빈약한 득점지원에 따른 선발패였다.

어느덧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됐고 심적인 부담으로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리즈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투구내용은 좋아지고 있다. 지금 내 컨디션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도록 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한 달 만에 선발승에 성공했다. 동시에 리즈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3.81을 마크,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3.88보다 낮추며 기량 향상을 증명했다.
시즌 초 마무리투수 전향에 실패했고 무너진 투구 밸런스를 회복한 게 8월부터임을 염두에 두면, 8월 이후 9경기에서 탈삼진 72개 평균자책점 1.66의 괴력투로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LG는 내부적으로 리즈와 2013시즌 재계약을 추진할 방침. 지금의 활약이라면 2013시즌의 리즈가 2012 시즌의 나이트처럼 대반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리즈와 호흡을 맞춘 후반기 선발포수 윤요섭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윤요섭은 최근 경기에서 득점권 주자에 과민 반응했던 리즈를 이끌며 실점 위기서도 과감하게 낙차 큰 변화구를 주문했다. 비록 4회말 리즈는 직구에 의한 폭투를 한 차례 범했지만 윤요섭을 믿고 주자가 3루에 있는 상황에서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례적으로 경기 끝까지 포수마스크를 쓴 윤요섭은 타석에서도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 타율을 다시 3할대로 끌어올렸다. 윤요섭이 오는 겨울 맹훈련으로 포수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LG는 무주공산이었던 포수진에 해답을 찾게 된다.
내야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용의와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형은 7회초 결정타를 이끌었다. 김용의는 7회말 최영필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날렸고 이대형은 1타점 우전안타로 공격 흐름을 이어갔다. 둘은 이전 타석에서도 좋은 타구를 만들었고, 수비에서도 각각 코너 내야수와 중견수로서 팀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다음 시즌 김용의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이대형이 최악의 타격 부진을 이겨내면, LG는 높은 수비력과 기동력을 동시에 뽐낼 수 있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컸다. 박용택은 이대형의 타점에 이어 7회초 2사 2루에서 우월 투런포를 날렸고 이로 인해 LG는 승기를 잡았다. 박용택은 시즌 내내 3할 타율을 올리고 있음에도 항상 자신의 타격 자세를 다잡으며 최상의 폼을 찾으려 한다. 장시간의 원정길에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트를 잡고 타격 자세를 점검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투철하다.
주장 이병규도 3회초 중전안타와 득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어느덧 38세로 황혼기를 앞두고 있지만 특유의 컨택 능력은 전성기 그대로다. 특히 이병규는 시즌 내내 몸을 사리지 않은 주루플레이로 승리에 대한 열정과 주장으로서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종아리가 찢어진 다음날에도 선발 출장을 희망하는 투혼으로 선수단을 이끈다.
일단 LG는 FA 자격을 얻는 정성훈과 이진영에게 재계약을 제시할 계획. 리즈와 함께 주키치도 내년 시즌 계약을 추진하려 한다. 즉 2013시즌도 전체적인 라인업은 올 시즌과 동일할 확률이 높다. 고무적인 것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음에도 개막전부터 시즌 끝까지 클럽하우스 및 락커룸 분위기가 일정하다는 점이다. 선후배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고 경기 중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하는 덕아웃 안의 선수들도 매순간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상 4강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2013시즌을 향한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년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남은 9경기에서도 지금 같은 모습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