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대항마는 팀 내에 있었다.
'괴물 에이스' 한화 류현진이 지난 2006년 데뷔한 이후 탈삼진 타이틀은 두 번 빼면 모두 그의 몫이었다. 2006년(204개)·2007년(178개)·2009년(188개)·2010년(187개) 무려나 4차례의 탈삼진 타이틀을 가져갔다. 올해도 191개로 압도적인 1위에 오르며 5번째 탈삼진왕이 확실시된다. 선동렬(5회)과 함께 역대 최다 탈삼진 타이틀홀더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류현진이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2008년과 2011년에는 그가 부상으로 한 달 넘게 1군에서 빠진 기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탈삼진 부문에서 정상적인 류현진을 이길 수 있는 대항마는 없을까. 야구에 만약이란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데니 바티스타(32)가 처음부터 선발로 뛰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충분히 류현진의 대항마로 경쟁이 가능했을 것이다.

바티스타는 25일 현재 삼진 105개로 이 부문 전체 12위에 올라있다. 놀라운 건 바티스타의 투구이닝이 81이닝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탈삼진 랭킹 상위 20명 중 100이닝을 채우지 못한 투수는 그가 유일하다. 9이닝당 탈삼진 11.67개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13.23개) 다음이다. 하지만 오승환이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는 마무리인 반면 바티스타는 선발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물론 바티스타도 전반기에는 중간·마무리로 전력투구하는 불펜투수였다. 하지만 선발로 전환한 후반기 탈삼진 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바티스타는 구원으로 나온 34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삼진 43개를 잡았고, 선발등판한 9경기에서도 51이닝 동안 삼진 62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은 구원 12.9개에서 선발 10.9개로 조금 감소한 수준이다. 큰 차이가 없다.
류현진은 올해 25경기에서 165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191개를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10.38개. 데뷔 후 최고기록으로 놀라운 탈삼진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등판 경기만 놓고 보면 바티스타가 조금 더 많다.
바티스타가 선발 전환 뒤에도 삼진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파워커브의 힘이 크다. 150km대 빠른 공과 함께 낙차 크게 떨어지는 커브가 제구되는 날에는 공략이 어렵다. 바티스타는 "삼진을 의식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타자들이 빠른 공만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브레이킹 볼을 많이 던진다. 이준수의 볼 배합이 좋은 덕분"이라고 전담 포수 이준수에게 고마워했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후 9경기 중 7경기에서 5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6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13개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류현진은 "17개는 잡아야지"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5월11일 청주 LG전에서 9이닝 17탈삼진으로 역대 9회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만약 류현진과 바티스타 모두 한화에 잔류한다면 내년 시즌 탈삼진 집안 싸움이 볼만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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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