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소라, MBC ‘우리 결혼했어요3’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봤을 때는 그 나이 또래의 여자의 모습처럼 마냥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일 대 일로 만나보니 똑 부러지는 매력도 있고 성숙함도 느껴졌다. ‘애늙은이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강인함도 보이는 모습이 꼭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 속의 메리다 공주를 연상케 한다. 디즈니 픽사도 이를 알아보고 강소라에게 더빙을 제안했고 강소라는 디즈니 픽사의 13번째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 용감하고 진취적인 공주 메리다의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과거 강소라는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수도 없이 봤지만 더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던 그에게 디즈니 픽사 사상 최초로 여자주인공이 등장하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 더빙을 덜컥 맡게 됐다.

“망설임 없이 역할을 수락했지만 이후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겁나기도 했고요. 그런데 겁난다고 안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혼자 연습 많이 했죠.”
더빙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메리다와 강소라의 싱크로율은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 메리다의 강인함을 가진 강소라
메리다는 스코틀랜드의 공주지만 공주의 삶보다는 자유를 꿈꾸는 천방지축 빨강머리 프린세스다. 인터뷰 당시 빨간색 반바지에 화이트 셔츠, 스웨터를 입고 파마머리를 하나로 묶은 강소라의 모습은 귀여운 메리다 공주와도 같아 상대방에게까지 기분 좋은 아우라를 내뿜었다.
“여행을 하고 모험하는 걸 좋아해요. 반항심도 있고 독립심도 있죠. 외동딸이라 어렸을 때 동네에서 친구들하고 놀다가 친구들의 형이나 누나가 데리러 오면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강한 여자에요.”
당당한 모습과 달리 혼자 더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화작업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할 때 배우들과 함께 하거나 애니메이션 더빙을 할 때도 남녀가 같이 녹음을 하지만 강소라는 혼자 모든 걸 해야 했다.
“어렵고 힘들고 재밌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 자그마한 공간에서 나 혼자 해야 하니 말이에요. 지금까지 CF 말고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는데 부담스럽더라고요. 보통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밖에 같이 작품을 한 동료들이 있어서 힘이 되고 그때 찍었던 신의 기억을 되살리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 힘들었어요.”
그러나 강소라는 “메리다와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힌 것과 같이 성공적으로 더빙작업을 끝냈다.
더빙을 마무리하고 얼마 전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크 앤드류스 감독과 제작자 캐서린 사라피앙을 직접 만나기도 한 강소라는 디즈니 픽사로부터 메리다 인형을 받았다. 크기가 다른 세 가지 메리다 인형을 받은 강소라는 집에 소중히 모셔(?)뒀다.
“디즈니에서 메리다 인형을 받았어요. 다른 크기의 세 개의 인형을 받았는데 포장도 뜯지 않고 집에 그대로 있어요.”(웃음)

◆ 사회생활 4년차의 고민을 가진 강소라
강소라는 좋아하는 인형의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고이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순수한 동심을 가진 배우지만 이와는 다르게 깊은 속마음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강소라는 불면증을 겪고 있을 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치열하고 고민을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등 본인과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3년차병 같은 게 온 것 같아요. 스스로 의심도 많이 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내가 지금 온 길이 맞는 건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요새 정체기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년이 지나는 그 시기에 삶에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인생과 직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본인에 대한 의심이 늘어난다. 강소라 또한 마찬가지. 23살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이 어린 청춘이 안쓰럽기만 했다.
“힘든 게 있으면 속에서 삭히고 제가 참 재미없게 살았더라고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친구들처럼 클럽 같은데도 못가보고 술을 많이 마셔본 적도 미팅이나 소개팅도 못해봤어요. 인생을 돌아보니 친구들도 많이 못 만나고 고립돼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인간 강소라에게 필요한 게 뭔가’,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게을러지고 나태해져서 채찍질해서 나아가야 하는 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강소라는 지금 또래 친구들에 비해 조금 이른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단순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강인하고 당당한 메리다와 호흡이 잘 맞았던 건 강소라 또한 그러한 요소들을 갖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강소라가 메리다의 기운을 받아서 활기를 다시 찾아 정체기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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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