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실과 허상을 용기있게 까발리는 작품이 탄생했다.
실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는 윤여창 감독의 영화 '미로'(Maze)가 그 작품. '미로'는 지난 주 21일 제작을 완료, 기술시사회를 갖고 소백산을 무대로 한 녹색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보였다.
'미로'는 조작 다큐연출로 좌천된 다큐 PD가 서울로 컴백하기 위해 자연 다큐를 찍으러 산에 올라갔다가 벌어지는 연쇄 살인극으로 사람들이 진실과 사실로 믿는 다큐멘터리가 사실은 얼마나 기만적인 연출로 만들어 지는지에 대한 연출자의 반성을 그 모티프로 하고 있다.

영화는 요즘 20억에서 50억을 넘는 거대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각 방송사의 소위 대작 특집 자연다큐멘터리들이 사실은 반강제적 기업협찬과 조작연출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트루먼쇼'라고 신랄하게 우화(寓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남미의 아마존 민속촌같은 곳을 가서 촬영하고는 실제 원시부족사회를 찾아 탐방한 다큐로 포장하고 영화 미로에서와 같이 자연에서 사는 수달을 촬영하는게 아니라 사육 수달을 동원해 만든 세트에서 드라마타이즈 연출한뒤 자연다큐로 포장하는 것들이다.
1998년 당시 KBS 일요스페셜 신동만 PD가 연출한 자연다큐멘터리 '수달' 편은 너무나 감동을 줬다. 가슴아픈 수달부부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
수컷 수달의 죽음에 슬퍼하는 암컷의 마음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은 PD가 사육 수달들을 가져다 철조망으로 서식지를 조성하고 과자부스러기로 수달들을 유인해 조작연출한 드라마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KBS사장까지 징계를 받는 큰 사건이었다. 그러나 영화관계자는 "지금도 이러한 조작연출관행은 한국 방송다큐의 기본적인 제작방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 몇 년전 방송된 KBS 종묘너구리편도 사실은 CG로 조작연출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드라마나 예능처럼 공식적으로 기업협찬 자막을 넣고 하는 거보다 음성적 협찬받고 조작연출되는 다큐가 더 위험하다. 사람들이 사실로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음식과 병원을 다루는 교양프로그램이 그래서 위험하다. 맛도 없는 맛집, 명의없는 명의프로그램이 그래서 문전성시다"라고 덧붙였다.
홈쇼핑다큐, PPl다큐을 연출한 이력이 있는 연출자 윤여창 감독은 상황 연출된 영상이라고 자막을 넣더라도 드라마와 다큐의 경계는 엄연히 지켜져야 한다는, 그 도덕적 기준을 이 영화로 묻고자 한다.
한편 윤여창 감독은 이 수달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한 편의 픽션 극영화 각본을 완성하고 그 각본은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단막극 제작비 지원작에 당선됐다. 윤여창 감독은 지금은 주로 영화와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다큐멘터리감독으로서 '지구생존 사막에서 길을 찾다(2011년 서울 환경영화제 경쟁부문, 케이블TV 다큐부문 작품상)', KBS 특집다큐 '호모 오일리쿠스(2009 방송통신위원회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 YW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 그리메상 등 수상' 등을 만들었다.
'미로'는 올해 말 개봉 예정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