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일까. ‘트렌드’라고 하면 앞다퉈 따라가려고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트렌드’는 워낙 변덕스러운 만큼 예측 또한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 예측에 어느 정도 성공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이 같은 브랜드들이 가진 성공 비결 및 뒷얘기를 독자에게 알리는 ‘클릭人’ 코너에서 기능성 슈즈 브랜드로 출발해 패션 아이템으로도 자리잡은 ‘핏플랍’에 주목했다. ‘핏플랍’ 뿐 아니라 슈즈 브랜드 로얄엘라스틱, 일세야콥센 등의 수입유통업체 넥솔브에서 근무하는 박정훈 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잘 나가는 브랜드’의 조건이다. 핏플랍은 2009년 론칭 이후 지금까지 패션 피플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는데, 간단히 말해서 비결이 무엇인가.

▲4년 전쯤 기능성 워킹화 바람이 부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 기능성 슈즈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국 브랜드인 핏플랍을 접하게 됐는데, 기능성 슈즈인데도 디자인이 아주 패셔너블했다.
당시 우리는 기능성 워킹화가 인기를 모으는데도 ‘주류’에 등극하지 못하는 것은 기능성이 약해서가 아니라 디자인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데 디자인까지 겸비했으니 잘 될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들여 오고 나서는 브랜드의 ‘스토리’에 집중했다. 브랜드를 일단 들여오면 마케팅이 중요해진다. ‘왜 이 브랜드가 생겨났나?’에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 스토리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부터 브랜드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을 세세히 체크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그런 노력들이 성과를 본 듯하다.
-처음부터 모든 일이 척척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핏플랍을 들여올 때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당시 우리는 ‘슬렌더톤’ 등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고, 슈즈 분야에 처음이었다. 핏플랍 본사에 접촉했을 때, 사실 다른 업체들과 경쟁 PT까지 벌였다. 그 업체들 중에는 슈즈 쪽에 정통한 곳도 있었다. 결국 계약을 따냈는데, 슈즈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서 경쟁을 벌였던 업체들에 “함께 유통망을 만들어가자”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있었다. 마음은 급한데 반응은 신통찮고,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나.
하여튼, 곳곳에서 우리 슈즈가 최대한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류 매장에서부터 멀티숍까지 곳곳에 제품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마케팅 쪽의 예산도 과감하게 크게 잡았고, 광고도 공격적으로 했다. 이런 가운데, 처음 슈즈를 사 신은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점을 포착하고 굉장히 고무됐다.
-핏플랍은 지금 얻고 있는 인기만큼 가품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가품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브랜드가 잘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품을 접할 때마다 가품의 가격이 별로 싸지도 않다고 느낀다. 보통 반값보다는 훨씬 비싼, 정품의 60~70%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그런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가품을 사는 것은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조차 못 챙겨가는 결과를 낳는다.
물론 핏플랍은 처음 들여왔을 때부터 “’쪼리(플립플랍)’가 무슨 10만원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을 만큼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기능성과 디자인 면에서 담보하는 것도 많다. 정품을 샀을 경우 정품 카드를 통해 재구매시 추가 혜택을 주는 등 정품 구매 유도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본사 측에서도 가품 없애기에 대한 의지가 크고, 대응이 빠른 편이다.
-최근에는 기능성을 바탕으로 깔고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하반기에는 어떤 디자인의 제품이 주력상품이며, 어떤 전략을 추진하려는 계획인가.
▲몇 년 동안 인기를 끌던 어그부츠의 시대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 핏플랍에서도 어그부츠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올해는 거의 유행이 끝났다. 그래서 좀 더 슬림하고 섹시한 스타일의 양털 부츠를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다. 또 페미닌한 느낌의 로퍼도 새롭게 출시됐는데,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핏플랍의 기능성을 살리면서도 스포츠 브랜드 같은 느낌을 제거했다는 점이 새롭다.
추진하려는 전략 중에는 적극적인 콜래보레이션이 있다. 4년 전, 안나 수이와 콜래보레이션한 어그부츠를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다양한 콜래보레이션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하이엔드 스토어에 입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론 아라드와의 콜래보레이션 제품인 ‘집플랍(아래 사진)’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론 아라드의 작품이 있는 국가에서만 판매되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서만 선보이는 것으로 안다.
또한, 핏플랍은 여성성이 강한 브랜드로 인식돼 왔는데 이제부터는 남성화 쪽도 좀더 강화할 생각이다. 최근 직장인 패션이 캐주얼하게 변하면서 우리 같은 브랜드가 수혜자가 됐다. 패셔너블하면서도 격식을 잃지 않는 기능성 남성화들이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박정훈 부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의류 수출업체를 거쳐, 건설회사, 화장품 회사 등 다양한 방면의 일을 경험했다. 넥솔브는 7번째 직장. 이전에 근무하던 의류 수출업체에서부터 다양한 브랜드들에 대한 안목을 키웠고, 지금의 직장에서 그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키우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내 것은 아니지만, 일은 온전히 내 것이라고 믿는 ‘근거 없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yel@osen.co.kr
핏플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