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해프닝' 양승호, 그가 느꼈을 무게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23 07: 02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직후 일었던 롯데 양승호(52) 감독의 사퇴설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롯데는 22일 문학구장에서 가진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김광현을 공략하며 3-0으로 앞서갔지만 실책 2개가 빌미가 돼 역전패를 당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SK에 2년 연속 잡히는 아픔을 맛봤다. 경기 후 양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롯데 팬들께 죄송하다"고 운을 떼고는 "승부 세계에서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좌절에 감독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 언론이 보도한 양 감독의 자진사퇴는 해프닝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식이 전해진 후 양 감독은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데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고, 롯데구단 역시 "전혀 그런 일이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A 선수 역시 경기 후 전화통화에서 "감독님이 끝나고 난 뒤 '오늘 한 야구가 우리의 실력이다. 내년에는 준비 잘 해서 꼭 우승하자'는 말만 했고 그만둔다는 말씀은 전혀 없으셨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양 감독의 거취와 관련 확실한 건 23일 부산에서 구단과 만남을 가진다는 점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직 아시아시리즈도 남아있고 오늘 사퇴를 발표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내일(23일) 감독과 구단이 만나는 것도 시즌이 끝났으니 어떻게 훈련을 할지 등 향후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양 감독의 발언에서 미묘한 어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경기 후 "무한책임을 느낀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는 말은 시리즈 탈락 후 한 시즌을 마감하는 소회라고만 보기에는 그 무게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13년 만에 롯데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통과를 이끌었고 정규시즌 2위 SK와 5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격전을 벌인 직후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7일 열린 시무식에서 롯데 장병수 사장은 "20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창피하고 남사스러운 일인데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소리높여 이야기 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투타 핵심이었던 장원준과 이대호가 이탈한 가운데 보강 전력인 정대현은 정규시즌 막판 복귀했고 이승호는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즌 전 전문가들도 롯데의 2012년 성적을 4~6위로 평가했다. 이런 밑바탕에서 양 감독은 불펜진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시즌 막판 연패에 빠져 정규시즌은 4위로 마감했지만 롯데는 한때 선두 삼성을 위협하는 등 전력 이상의 성적을 냈다. 우승을 노리는 게 쉽지만은 않은 전력이었지만 구단 측의 우승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는 양 감독에겐 짐이 됐을 수 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시즌 중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농담으로 "우승 하라고 감독 앉혔는데 못하면 나도 물러나는 것"이라는 말을 몇 번 하기도 했다. 큰 전력누수로 대권도전이 힘든 상황에서 사령탑으로서 책임을 느낀 모습이었다.
롯데는 2010년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작별을 선언하며 양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비록 취임 당시 약속했던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아직 계약기간은 1년이 남아 있다. 롯데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동안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승리의 합계는 5승이다. 그리고 올해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2경기로 똑같이 5승을 거뒀다. 분명한 건 양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롯데는 성장하고 있다. 23일 예정된 구단과의 만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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