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은 야구선수로 걸어온 길이 사뭇 다르다.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다르다. 그 차이가 투수교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일단 1차전은 류중일 감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삼성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회 터진 이승엽의 결승 2점 홈런과 효율적인 계투작전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삼성이 1회 이승엽의 좌월 2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SK 선발 윤희상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윤희상이 추가실점을 막아내자 SK도 4회 이호준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5회까지는 삼성의 2-1 근소한 리드. 한 방이면 언제든지 동점이 될 수 있는 차이였다. 남은 이닝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여유는 아니었다.

그런데 두 팀의 차이는 삼성이 2-1로 앞선 6회 드러났다. 삼성은 5회부터 권혁 등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윤성환의 구위나 투구수와는 관계없이 일찍 불펜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지난해 기조를 이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해 선발 투수 2명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1+1’ 전략, 그리고 적극적인 투수교체로 상대의 흐름을 끊는 전술을 통해 재미를 봤다.
1차전도 다르지 않았다. 6회 1사 2루에서 잘 던지던 선발 윤성환을 미련 없이 내렸다. 투구수는 단 72개였다. 대신 빠른 공을 던지는 옆구리 유형의 투수인 심창민을 올렸다. 결과론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심창민은 최정과 이호준을 범타로 처리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최정은 언더핸드 유형 투수에게 3할4푼3리, 이호준은 3할9푼4리로 강했음에도 청백전에서 좋은 구위를 뽐낸 심창민을 믿었다.
빠른 투수교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7회 심창민이 흔들리자 주저 없이 필승조의 행동대장인 안지만을 투입해 불을 껐다. 8회 무사에서 안지만이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자 권혁을, 8회 2사 1루에서 상대 중심타선이 들어서자 한 박자 빠르게 오승환을 투입해 SK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삼성의 기민한 투수교체에 SK는 결국 동점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반대로 SK는 선발투수 윤희상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윤희상은 1회 이승엽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5회까지 순항했다. 삼성 타자들이 포크볼을 노리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완급조절로 맞춰 잡았다. 그러나 6회부터는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6회 들어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위기가 찾아왔다. 이승엽에게 볼넷,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그러나 SK 벤치는 성준 투수코치만 잠깐 마운드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후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2사 만루가 됐어도 마찬가지였다. 윤희상이 조동찬을 가까스로 잡아내며 실점은 면했지만 결국 7회에 1점을 허용하며 쐐기점을 내줬다. 그러나 SK 벤치의 선택은 여전히 윤희상이었고 그렇게 윤희상은 꿋꿋하게 8이닝을 버텼다. 완투패였다.
SK가 윤희상을 밀어붙인 것도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던 SK다. 설사 1차전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했다. 게다가 윤희상은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인 박희수 정우람을 올릴 수 없었던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나 1점과 2점은 상대 마운드에 가하는 압박의 정도가 다르다. 1점은 언제든지 큰 것 한 방으로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점수차다. 투수들도 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에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SK로서는 투수교체를 통해 추가 실점을 막고 1점에 승부를 걸어보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쨌든 결과론이다. 패배를 떠안는 대신 불펜을 아끼는 최소한의 이득은 챙긴 SK다. 이 감독도 “아무래도 중간 투수들이 과부하가 많이 걸린 상황이었는데 윤희상의 완투로 앞으로의 경기에 도움을 받을 것 같다”고 위안을 삼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SK 불펜을 많이 끌어냈어야 했는데 아쉽다”라고 입맛을 다졌다. 일단 1차전은 류 감독이 웃었지만 이 선택이 앞으로의 시리즈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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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 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