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최재웅, "작품 출연 늘 고맙고 행복한 일"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1.02 10: 26

뮤지컬 무대에서 10년차 명함을 갖고 있는 배우 최재웅은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극본 박상희 남선년, 연출 이용석)에 출연하며 신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지난 2003년 데뷔하며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빼놓지 않고 맡을 정도로 베테랑 배우지만, 생애 첫 도전하는 드라마출연에 최재웅이 작품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특히 그가 맡은 배역은 ‘대풍수’ 36부작 여정을 여는 문과 같은 캐릭터이자 스토리의 시작점이기에 최재웅의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이 같은 막중한 역할은 지난달 24일 방송분에서 죽음으로 장렬히 퇴장하는 마지막순간까지 빛을 발하며 ‘대풍수’ 초반 시선몰이에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좋은 사람을 만난 행운

최재웅이 ‘대풍수’에 출연할 수 있던 것은 연출을 맡은 이용석PD가 그가 출연한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비롯됐다. 다수의 공연 보기를 즐기는 이 PD가 무대 위를 펄펄 나는 그를 발견하고 ‘대풍수’ 속 동륜 캐릭터를 맡길 결심을 했던 것. 동륜은 풍수지리에 대한 남다른 혜안으로 국운이 쇄한 고려말 자미원국으로서의 조선건국을 예감하는 인물이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긴 했지만 부담감은 크지 않았어요. 첫 드라마 도전이기에 모르는 것  투성이라 오히려 겁이 없었던 거죠. 다만 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기획이다 보니 낯선 배우가 중요 배역을 맡는 게 혹시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죠. 극중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시청자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동륜은 ‘대풍수’에서 자미원국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군사들에게 쫓기고 활을 피해 강물에 빠지는 것을 비롯해 눈에 칼까지 맞고 실명하고 마는 그야말로 생고생 캐릭터. 이를 연기하는 배우도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촬영이 연일 이어졌지만 이때 힘을 발휘한 건 뮤지컬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쌓은 몸을 쓸 줄 아는 노하우였다.
“뮤지컬 한 편을 하려면 무대 위에서 2,3시간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체력은 필수 요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2,3달간 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몸에 베인 체력적 노하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지요.”
힘든 몸과 달리 마음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에 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용석PD를 비롯한 촬영 감독님과 수차례 이야기 했고, 그 분들께서 내 긴장감을 풀어주시려고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른 배우들에게 물어보니 이 정도 분위기를 갖춘 드라마 촬영현장이 드물다고 할 정도로 ‘대풍수’ 촬영장은 정말 분위기가 좋았어요. 또 제가 출연한 분량은 첫 방송 전 사전에 촬영해 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독님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촬영한 최재웅의 동륜 캐릭터는 ‘대풍수’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배우의 이름을 오르내리도록 하는 화제를 만들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굴곡진 운명을 사는 동륜 캐릭터를 묵직하게 소화한 최재웅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 같은 관심으로 이어진 것. 그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검색어는 실시간으로 바뀌는 거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 반응에 무딘 편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주변에서 검색어 관련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고 ‘많이들 보시는구나’ 했다”며 우회적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 작품 선택 기준? 출연 자체가 행복
 
뮤지컬계에서 이름이 나있는 스타 배우지만 최재웅에겐 까다로운 작품 선택 기준이 따로 없다.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기에 출연 제안을 해주는 것만으로 기쁨이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출연 제의를 해주셨고, 또 이렇게 괜찮은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제겐 좋은 일입니다. 도저히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가 아니라면 저는 모든 작품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가 예뻐 보이도록 연기하면 되는 거니까요. 지금도 오디션 현장에 가보면 정말 많은 배우들이 몰리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연기생활은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기며 최재웅에게 이 같은 생각을 안겼고, 그는 지난해 품절남이 되면서 배우생활에 좀 더 진지한 자세를 갖게 됐다.
“큰 차이가 있다고 말 할 순 없지만 결혼하고 나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진지함이랄까? 20대 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과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했다면, 지금은 같은 맥락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아내는 연기 의상을 공부한 사람인데 이쪽 일을 잘 알아서 조언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 인문계 싫어서 간 예고에서 만난 대박
최재웅은 계원예고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가 예고를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배우의 꿈이 있어 어린 시절 내린 용단이 아닌 단순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게 끔찍했기 때문에 택한 대안이었던 것.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진학 이후였어요. 인문계에 가기 싫어하던 차에 자유로운 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그곳에 진학하자 했는데 거기가 바로 예고였죠. 그런데 학교수업이 정말 재밌는 거예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공부만 해야 하는데 예고는 공연 보러 다니고 같이 연극하고 노래하면서 수업하니까요. 또 선배들이나 선생님들도 공부에 대한 강박 대신 무엇이든 스스로 하라는 정신을 심어주셨죠. 오히려 머리카락 너무 짧게 자르지 말고 다니라고 이야기 하시는 편이었으니까요.”
남다른 예고 선택 이유지만 최재웅의 부모님은 아들의 결정을 군소리 없이 지지해주셨다.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 속 상황을 상상하며 예고 진학 결정을 말하기까지 1주일간 홀로 끙끙 앓았던 최재웅의 속앓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의 부모님은 “착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과 함께 배우가 되겠다는 아들을 믿어주셨다.
그렇게 예고에 진학한 최재웅은 “나쁜 짓도 남부럽지 않게 했다”며 자유로운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대신 이 같은 탈선(?)을 일찍 경험한 탓에 대학에 가서는 얌전하게 학교생활을 했다는 게 그의 말. 오히려 대학에 간 뒤에는 학교 수업을 쫓아가느라 정신없이 학구열을 불태우는 시간이 그에게 찾아왔다.
“학교 수업이 항상 풀로 채워졌기 때문에 놀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수업을 그렇게 충실하게 듣는 게 좋았어요. 말 그대로 기초를 다지게 된 건데 열심히 이론 수업 들었던 게 나중에 돌아보니 공연할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학교에만 틀어박혀 있던 당시가 암암리에 쌓여 힘을 발휘한 것 같아요.”
학창시절 우연히 발견한 배우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10년째 이어오며 뮤지컬과 영화, 그리고 ‘대풍수’를 통한 드라마 출연까지 섭렵한 최재웅은 앞으로도 TV 출연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공연은 내가 무대에서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반면, 드라마는 찍어놓은 장면을 TV를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내가 대사할 때 어떤 모습이라는 것을, 또 연기 할 때 나도 모르는 어떤 행동이 있다는 걸 ‘대풍수’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면을 아는 계기가 된 거죠. 좋은 작품이 있다면 앞으로도 드라마에 더 출연하고 싶습니다. 흐르는 대로 좋은 작품이 제게 닿으면 또 다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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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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