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이 감독으로서 사는 모습은 확실히 연기할 때와는 달랐다.
얼짱 출신이라 지금까지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구혜선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데는 아무래도 얼굴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니 얼굴 보다는 그의 세계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감독이었다.
구혜선이 1시간 동안 펼친 얘기들은 구혜선이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고집스러움과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분명했다.

“연기할 때보다 모니터 앞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요. 연기할 때는 솔직해질 수가 없어요. 결국 좋지 않은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연출할 때는 나쁘게 구는 편은 아니지만 화를 내기도 하고 냉정하게 해요. 감독의 위치에서는 끈이 풀어지면서 ‘내 마음이야’라고 생각하죠.(웃음)”
구혜선이 이렇게까지 감독이 된 데는 영화사 아침의 고(故) 정승혜 대표의 따끔한 지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고 과제 마감을 앞두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완성하듯 고 정승혜 대표는 구혜선에게 ‘데드라인’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사람이 강제성이 없으면 안돼요. 사람은 마감 전날 초인적인 힘을 낸다고 하잖아요. 그분이 그걸 나에게 주셨어요. 내가 출판을 하게 되고 영화를 하게 된 것도 다 고 정승혜 대표님 때문이었어요. 저에게 ‘이만큼 써오기로 약속한 거다’고 해요. 절대 저의 가능성을 본 게 아니라 끝까지 잘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 구혜선은 그림을 그렸고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정승혜 대표가 별세한 후 구혜선은 그 강제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강제성을 갖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요. 트위터에 뭘 하겠다고 툭 던져요. 말해버리고 후회하기도 하는데 이미 말을 내뱉은 이상 해야 하는 거예요. 심리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려면 질러야 해요. 내 인생의 데드라인 같은 거죠. 그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는 다른 약속을 안 하는데 요즘 힘이 부칠 때가 있어요.”

그러나 구혜선은 여전히 할 얘기들이 많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그동안 머리와 가슴 속에 품어왔던 스토리들을 꾸준히 털어놓고 있다. 구혜선은 그 얘기들을 ‘수다’로 표현했다.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구나 생각을 해요. 수다를 떨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얘기에서 그쳤는데 사라질 뻔했던 그 얘기들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하는 걸 하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은 왜 영화를 하느냐고 하는데 돈 때문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 구혜선이 감독으로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고집스러움 때문이었다. 구혜선은 자신의 고집을 표현하는데 하나의 예를 들었다. 손에 휴지가 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냥 버려도 되지만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양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휴지를 갖고 있다. 정녕 그것이 냄새가 나는 오물이라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라도.
“내 논리에 맞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아요. 그 휴지를 버리면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한 일인데 계속 붙잡고 있다가 남한테 피해를 주기도 해요. 남들은 융통성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이게 불편했지만 좋았어’라고 생각해요.”

이런 구혜선의 고집은 두 번째 장편영화 ‘복숭아나무’에 그대로 반영됐다. 영화는 앞뒤로 머리가 있는 샴쌍둥이 상현(조승우 분)과 동현(류덕환 분) 앞에 우연히 나타난 여자(남상미 분)의 얘기를 그린다. 구혜선은 세상으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 샴쌍둥이를 자신이라고 말했다.
“머리 하나를 수술해서 없애면 살 수 있는 샴쌍둥이에요. 나도 불편하고 당신도 불편한데 그걸 붙들고 사는 거죠. 그 오물처럼 말이에요. 오물을 버리지 못해 나도 괴롭고 남도 괴로운 그런 일들을 살면서 겪는데 서른을 앞두고 잘못 사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아집인가라는 생각. 샴쌍둥이는 저의 자아가 투영된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이 때문에 최근 구혜선은 딜레마가 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렸을 적 다녔던 미술학원의 선생님이 구혜선을 잡아줬다. 미술 선생님은 구혜선에게 ‘그게 너의 모습이다. 도리어 그런 고집을 버렸을 때 너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가 있다. 타협하지 말라’고 했다.
“여러모로 불편해서 손해 볼 때가 있지만 저도 고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두 마음속에는 그런 고집과 양심을 가지고 사니까 이렇게 서로 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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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