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디션 프로그램은 꼭 음악성이 아닌 구구절절한 사연팔이를 하느냐고 힘주어 말할 수도 있겠다. 현재 방송 중인 엠넷 ‘슈퍼스타K4’를 비롯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MBC ‘위대한 탄생3’ 등이 각기 다른 구성을 보이고 있지만 모두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난 9일 방송된 ‘위대한 탄생3’ 4회는 박완규가 특별심사위원으로 자리한 가운데 그의 딸과 동갑내기인 전하민이 등장했다. 박완규는 첫 등장부터 “딸과 동갑이다. 아이고 예뻐라”라고 그동안의 어른 참가자에게 내뱉던 독설을 잠시 접어두고 호감을 보였다.
단순히 어리다고 심사위원에게 호감을 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부모의 이혼 이후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아픈 상처가 있었고 안타까운 사연이 노래와 겹쳐지며 심사위원도, 그리고 시청자도 울게 만들었다.
이날 전하민은 가수 윤미래의 가족사를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검은 행복’의 랩을 인상적으로 소화한 후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열창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노래를 선곡하며 “내가 노래하는 것을 아빠가 모르는데 잘 하고 있다고 아셨으면 좋겠다. 이 방송 보면 연락 달라”고 했던 전하민의 노래는 15세 소녀가 표현한 감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호소력이 짙었다.
전하민의 굴곡진 가족사와 감성적인 노래에 박완규는 끝내 눈물을 흘렸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연우는 “15세 소녀 목소리가 아니다. 감동 받았다. 깊은 감성이 나온 것도 소름 돋는 일”이라고 칭찬했고 김소현은 “‘위대한 탄생’에 어울리는 분이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일은 기성가수도 많이 못한다. 지금처럼 순수한 마음 가지고 있길 바란다”고 따뜻한 조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박완규는 “이 오래된 곡이 15세 소녀를 통해 전달될 때 왜 아프게 들렸는지는 하민 양이 상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당신은 천재다. 2~30년 지나도 가수로서 찾지 못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픈 천재다. ‘위대한 탄생’에서 아픔이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기적을 보여 달라”고 극찬과 함께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위대한 탄생3’는 따뜻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까닭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사연을 내세우진 않는다. 다만 이들의 인생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지게 편집으로 적절히 배치할 뿐이다.
전하민도 마찬가지였다. 혹자는 전하민과 마찬가지로 가족사 등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은 정당한 경쟁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제 참가자들의 아픈 상처는 지긋지긋하다고 밝은 노래만 듣고 싶다고도 한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3’를 단순히 실력보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연팔이라고 깎아내릴 수 없는 것은 참가자들의 노래에는 상처가 대신 아플 정도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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