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의 아픔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 '남영동 1985'(22일 개봉)와 '26년'(29일 개봉)은 여러모로 닮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배우들 역시 중복돼 닮은 느낌을 더한다.
배우 이경영과 김의성은 두 영화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두 배우 모두 이 작품들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보여줘 영화 팬들에게 반가움도 선사한다.
이경영의 배우로서의 본격 날개짓은 주목할 만 하다. '남영동 1985'에서 고문기술자 이두한을 연기해 관객들에게 소름과 분노, 안타까움을 안긴다. 하지만 '26년'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아픔을 지닌 '그 사람' 단죄 프로젝트의 총괄 작전 설계자로 변신해 부드러움과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내준다.

'남영동 1985'에서 그가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똘똘뭉친 인간형이었다면, '26년'에서는 어떻게든 과거의 과오를 바로 잡으려는 행동파다. 두 영화에서 상반된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두 영화가 이어지는 듯한 환상도 안겨준다.
이경영은 두 영화를 두고 "같은 소재이지만, 시대의 아픔을 그려내는 방법이나 접근방식은 되게 달라요. '남영동 1985'은 돌직구, '26년'은 웹툰을 영화화한 만큼 슬라이드나 구질이 다르죠. '남영동 1985'가 아버지라고 치면 '26년'은 어머니에요. '남영동 1985'가 동맥같은 굵은 줄기의 핏줄이라면, '26년'은 실핏줄이죠. 어쨌든 핏줄이란 것은 같습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파격적인 데뷔를 한 후 오랜 세월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올 상반기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반가움을 선사했던 배우 김의성의 모습도 주목해 볼 만하다. 그는 '남영동 1985'와 '26년' 두 영화에서 소위 ;악역 같지 않은 악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남영동 1985'에서 그가 맡은 역은 대공분실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성공의 기회를 노리는 기회주의자 강과장.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의 이름을 매번 바꿔가며 상사에게 아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김종태를 회유한다. 이두한처럼 악랄한 프로는 아니지만, 인간다움이 배어나오기에 더욱 보기에 처절한 캐릭터다.
'26년'에서도 경찰관(임슬옹)의 상사로 '그 사람' 단죄 프로젝트 팀의 목을 죄어오는 경찰 역을 맡았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듯 하면서도 적당히 기회주의적이고, 사격선수 미진(한혜진)을 향해 총구를 날리는 모습은 여전히 밉다. 하지만 이두한 보다도 정말 우리 주변에 있을 듯한 모습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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