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괴물 피해자 증언 “류현진은 타짜였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12.21 13: 09

지난 10일은 한국야구사에 남는 값진 하루였습니다. 바로 ‘괴물 좌완’ 류현진(25, LA 다저스)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 직행 케이스가 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몸값만 해도 6년 총액 3600만달러이며 이닝 수 등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최대 4200만달러까지 금액이 올라갑니다.
포스팅 금액만 해도 2573만7737달러33센트로 600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자랑하며 다저블루 유니폼을 입게 된 류현진입니다. 일단 큰 무대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미 대형 계약 만으로도 다저스가 류현진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야구의 자부심과 인지도 격상까지 이끌 수 있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인 만큼 올 시즌까지 그와 함께 뛰던 선수들은 모두 류현진을 축하하고 반드시 잘할 것이라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타자들의 경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잘 됐다”라는 첫 마디와 함께 진심으로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을 가로막던 큰 장애물이 최소 수 년 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국내 타자들이 느끼는 류현진의 위력은 두 말 하지 않아도 팬 여러분들 또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가운데 류현진의 동기생인 김현수(24)와 베테랑 타자 홍성흔(35, 이상 두산 베어스)의 경험담, 그리고 성공에 대한 바람들을 구어체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김현수, “류현진 체인지업, 천웨인보다 낫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나 다르빗슈 유(텍사스) 같은 경우는 구위가 위력적이지만 투구폼도 역동적이라 타자 입장에서 각오를 하고 들어가게 돼요. 타이밍을 맞추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현진이는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처럼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편하게 훅 던지니 타자들은 깜짝 놀라게 마련입니다. 편하게 던졌는데 구속이 안 나온다고 해도 144km가 찍혀버리니까.
현진이가 부럽냐고요?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아요. 우리 프로야구에서 직행하는 케이스니까 반드시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렇게 되어야 다른 선수들도 더 대우를 받으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르빗슈와 WBC에서 맞붙었을 때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WBC 1라운드에서 우리가 3점을 뽑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투구 패턴으로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으니까요. 구사할 수 있는 구종도 많고 구위도 대단하지만 그 다르빗슈도 6승째를 수확하는 상승 페이스 이후로는 잠깐 체력적으로도 고전했거든요. 그러나 이미 다르빗슈는 일본에서부터 6선발 체제에 익숙했던 선수고 현진이는 국내 무대에서 기본 5선발 체제에 한 턴 앞당기는 등판도 하면서 로테이션을 지켰어요. 시차 적응 등 돌발 변수도 있는 데 제가 국제경기를 치르며 지켜 본 현진이는 그 점에서 큰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천웨인보다 현진이의 체인지업 구사력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는 정말 잘 떨어진 변화구도 그대로 퍼올려 홈런으로 연결하는 거포들이 많아요. 그만큼 힘이 아닌 기교로써 어떻게 타자를 제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쪽 코스 구사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류)현진이의 바깥쪽 직구나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정말 좋으니까요. 현진이가 잠깐의 대박보다는 꾸준하게 10승 이상을 매년 올려주는 투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홍성흔, “류현진, 알 수록 더욱 어려운 투수”
현진이요? 으아, 걔는 내 타율 깎아먹는 존재였지. 정말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은퇴할 때까지 타석에서 볼 일이 없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6년 계약을 했으니까.(웃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특히 타자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 추천했고. 정말 현진이는 한국에 있기 아까운 선수에요.
올해 내 현진이 상대 타율이 어땠는 줄 알아요? 20타수 1안타(5푼)야. 개막전 첫 타석에서 안타치고 나서는 계속 못 쳤어요. 계속. 그런데 진짜 현진이는 보면 상대 클린업트리오를 요리하는 수가 있는 것 같더라고. 아마 메이저리그에서도 힘 좋은 타자들이 현진이 체인지업에 당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심판 텃세에 대한 부분으로 고전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데 한 시즌 성적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그만큼 현진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몸쪽 스트라이크를 노려서 때리지 않는 이상은 칠 수 없다고 봐. 그것도 처음 현진이와 맞붙는 타자라면 모를까 현진이가 시즌을 치르면서 타자들의 습성과 성향을 알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쉽게 상대 못 할 거에요. 알면 알아 갈 수 록 더 못 치게 되는 투수가 현진이었어요.
1년차 급 신예들이 멋모르고 치는 경우가 많지. 현진이가 첫 해는 데이터가 부족해 잠깐 고전할 수도 있겠지만 특성을 알아가고 시즌을 치르면서 알수록 치기 힘든 볼을 던질 겁니다. 머리싸움으로는 그 쪽 타자들도 어려울 거에요. 단순할 때 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데이터가 있을 경우 못 쳐요. 역으로 찔러버리니까. 그래서 현진이가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는 투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알 수록 어려운 이유를 묻자) 패턴이 복잡하지는 않고 단순해요. 그런데 느낌이 남다르달까, 스마트한 투수라고 하기는 표현이 좀 다르고. 타짜. 타짜라고 볼 수 있어요. 순간 순간 느낌으로 던지는 판단력이 정말 빨라. 생각을 많이 하고 돌아 들어가는 느낌이 안 보여요. 성격 자체가 우유부단하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니까. 확실히 보다보면 단순하게 생각하는 애들이 야구를 잘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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