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원의 초고액연봉 선수가 1년 내내 1군에서 8경기 뛰는 데 그쳤다. 일반적이라면 이 연봉 자체를 재고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삭감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박경완(41)이기에, 그리고 어쩌면 SK의 고과 시스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SK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경완과 3억 원에 2013년 연봉재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봉(5억 원)에 비하면 무려 2억 원이 깎인 수치다. 깎인 금액의 절대치를 보면 올 스토브리그 1위를 굳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만큼의 난도질은 없었다.
박경완은 2010 시즌을 마치고 SK와 실질적 2년 계약을 했다. 연봉 5억 원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2011년과 2012년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11년에는 수술과 그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는 몸 상태도 좋지 않았을 뿐더러 조인성 정상호를 더 선호한 이만수 SK 감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분명 연봉에 걸맞은 몫을 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올해는 대폭 삭감이 예상됐다. 그 폭이 문제였다. 결국 협상 끝에 2억 원을 깎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협상에 진통이 아주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선수도 어느 정도는 수긍했다는 뜻이다. 이로써 SK는 연봉협상의 큰 산 하나를 넘고 미계약자들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됐다.
삭감폭이 아주 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박경완의 상징성이다. 지난 2003년 SK에 입단한 박경완은 그간 팀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키며 3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선수들과 팬들의 신뢰도 절대적이다. 구단에서도 이 공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 부상에 이은 상대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1000만 원 삭감으로 마무리한 에이스 김광현(25)의 사례와 비슷하다.
고과는 명확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살려주는 선에서 계약을 마무리한 것이다. 여기에 선수의 기 살리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경완은 최근 트레이드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SK는 일언지하에 이를 내쳤다. 그에 대한 보상 측면도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이다.
한편으로는 SK 고과 시스템의 특징이라는 의견도 있다. SK도 다른 팀과 비슷하게 팀 성적을 놓고 연봉 총액을 정한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 연봉 총액은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전체 파이를 정해두고 선수들의 고과에 따라 과실을 배분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도 일단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않았는가. 팀 성적이 났기에 전체적인 규모 자체에 아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활약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선수들도 큰 폭의 삭감은 없었다. 기대에 못 미친 박정권은 1000만 원이 올라 2억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고 김강민도 1000만 원이 오른 2억 원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른 팀 같았으면 삭감 대상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박정권은 122경기, 김강민은 123경기에 출장했다.
반대로 57경기 출전에 그친 박진만은 전년도 2억5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삭감을 피해가지 못했다. 1군에서 5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윤길현도 3000만 원이 깎여 1억2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연봉이 내려간 조동화 전병두 박재상도 예년보다 출장 경기수가 모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연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것이다.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팀 성적만 나면 연봉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 선수는 “다른 팀에 비해 인상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떨어질 때 그 폭이 적다는 건 인정한다”고 했다. 이제 SK는 정근우 송은범 최정 박희수라는 핵심 멤버들과의 연봉 협상만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까지 순탄하게 항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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