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는 왜 '무한도전'을 싫어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1.16 16: 42

해외공연 이어 음원까지.. 'MBC엔터테인먼트' 우스갯소리
대기업 문어발 확장과 뭐가 달라?
주기적으로 음원을 발매하며 차트를 맹습해온 MBC '무한도전'에 대해 가요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처음 한두번은 재미있는 이벤트로 이해하는 분위기였으나 수개월 간격으로 음원차트를 지배하자, 인기 프로그램을 이용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의 선택은 이해하지만, 방송국이 음반기획사 노릇을 하는 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정형돈의 '강북멋쟁이'가 퀄리티가 낮거나 박명수가 '겨우' 한달만에 만든 곡이라고 해서 발매를 반대하는 것처럼 풀이되고 있으나 사실 가요계의 불만은 단순히 '강북멋쟁이'에 집중된 건 아니다.
MBC는 '무한도전' 및 '나는 가수다' 등을 이용해 음원차트의 파이를 '노린' 전례가 상당한 상태. 2007년부터 음원을 발표한 '무한도전'은 톱가수와 짝을 지어 발표한 '냉면', '바람났어' 등으로 당시 최고 히트곡을 내놓은 바있고, '나는 가수다'는 방송 초반 음원차트 1위부터 7위까지 모조리 휩쓸며 가수들 사이에 "컴백해서 아무리 잘해도 8위"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음원판매 결과에 따르면 MBC는 굴지의 기획사보다도 많은 음원을 팔아치웠다.
음원의 직접적인 수익금은 기부 및 좋은 일에 쓰인다해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예인은 행사비 급등 등의 부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이들 이벤트 음원에 관심이 쏠리는 동안 오랜기간 준비해 컴백한 가수의 음원이 밖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상황. 현재 음원사이트는 상위 10위권만 노출이 잘 되기 때문에, 상위권에서 벗어나는 건 홍보에 치명타다.
물론 대중이 이들 음원을 원하는 요구는 너무나 존중받아야 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고 '주기적으로 무혈입성'하는 사례는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가요계 대체적인 입장이다. 애초에 기획 자체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것. 기존 가수와 반드시 같은 루트로 유통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그래도 음원의 수명이 짧아져 고심하고 있던 가요계는 이같은 기획성 음원이 남발되자, 시장 질서 확립에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MBC 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해외 콘서트를 기획하며 가수들의 해외 공연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상태라, 가요계는 음원-공연 모두 방송사로부터 크게 위협을 받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결국 협회 차원에서 나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16일 공식 입장을 통해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는 내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는 "대형 자본과 영향을 가진 미디어 그룹들은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손쉽게 얻게 되고, 그로인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제작을 위해 고심하는 제작자들을 위한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특정분야만 두드러진 기형적 음악시장을 형성하게 되고, 전체적인 내수시장의 위축을 불러와 K-POP이 장수하기 위한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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