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제13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에 선임된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 겐과 15승 달성 여부를 놓고 내기를 걸었다. 2009년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카도쿠라는 이듬해 14승 7패(평균자책점 3.22)를 거두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카도쿠라의 컨디션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괜찮다. 15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류 감독은 "카도쿠라가 15승을 거둔다면 네 부인에게 내가 좋은 선물을 하나 하겠다. 만약에 15승 고지를 밟지 못한다면 카도쿠라가 류 감독의 부인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카도쿠라는 류 감독의 깜짝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카도쿠라는 류 감독의 기대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왼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5승 6패(평균자책점 4.07)에 그쳤고 시즌 도중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류 감독은 카도쿠라의 거취를 놓고 큰 고민에 빠졌다.

류 감독은 "카도쿠라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뒤 올스타 휴식기 때 왼쪽 무릎을 집중 치료하고 훈련량을 조절하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카도쿠라는 예상치 못한 부상 탓에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변화구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훗날 지도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카도쿠라는 지난해 일본 사회인 야구에서 활약하면서 프로 무대 복귀를 꿈꿨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구단 측은 카도쿠라의 투수 인스트럭터 영입을 추진했고 카도쿠라 또한 구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와는 짧게 야구했지만 선수들과 친근감 있게 대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변화구도 자세하게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데려왔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투수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괌 1차 캠프에 참가 중인 카도쿠라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카도쿠라는 "(정현욱의 LG 이적과 안지만과 권오준의 부상 공백 등) 3명이 빠진 건 크다. 하지만 삼성 투수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큰 문제없이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삼성 마운드의 위기론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는 삼성 마운드가 조금 약해지지 않았냐는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우려를 이겨내고 우승에 보탬이 된다면 그걸로 류 감독님의 빚을 갚는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카도쿠라가 2년 전 류 감독과의 15승 내기에서는 졌지만 인스트럭터로서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 이바지할지 지켜볼 일이다.
what@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