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대장군 전기는 마차경주에 빠져 있었다. 돈을 걸어놓고 세 번 겨루어 먼저 두 번을 이기면 되는 방식이었는데 할 때마다 졌다. 이를 보고있던 병법가 손빈은 가장 느린 마차는 상대의 가장 빠른 마차에, 중간 마차는 상대의 가장 느린 마차에, 가장 빠른 마차는 상대의 중간 마차에 붙이도록 조언했다. 손빈의 조언대로 하자 전기는 마차경주에서 계속 승리해 큰 돈을 벌게 됐다.
손빈은 전기의 추천을 받아 제나라의 군사가 되고 위나라를 쳐 큰 전공을 세우게 된다. 이후 손빈은 병법서를 남기는데 손자병법, 혹은 손빈병법이라 불린다. 그보다 100년 앞서 손무가 손자병법을 남겼기에 구분하기 위해 오늘날에는 손빈병법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손빈의 마차경주 전략은 얼핏 보기에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이는 마차경주 뿐만 아니라 야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라운드는 세 번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선발투수 배치에 따라 조별라운드 결과가 확 달라질 수 있다.

B조에 속한 대한민국의 목표는 조별 라운드 전승. 전력과 전적만 보더라도 유력한 1위 후보인 대한민국은 같은 조에 속한 팀들로부터 '최강팀'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2라운드 진출을 위해서는 3전 전승을 거둘 필요까지는 없고 2승만 있으면 된다. 대만, 호주,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가장 강한 상대인 한국전은 포기하고 나머지 두 경기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만과 호주, 네덜란드 모두 선발진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전에 좋은 투수를 선발로 써 버리면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투구수 제한이 있기에 앞서고 있지 않는이상 선발투수 다음에 좋은 투수를 쓰기도 애매해진다.
2일 대회가 개막하는 가운데 1일 밤 B조 4개 팀은 1차전 선발투수를 각각 예고했다. 대한민국은 윤석민이 나서고 네덜란드는 디에고마 마크웰을 선발로 내세운다. 사실 네덜란드의 에이스는 우완 샤이란 마티스다. 마티스는 2006년 WBC에서 7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고 네덜란드 선수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풍부하다. 한국전에 마크웰이 나서는 건 네덜란드의 포커스가 대만, 호주전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대만-호주전에서 대만은 왕젠밍을, 호주는 크리스 옥스프링을 선발로 예고했다. 모두 각 팀에서 에이스 투수다. 1라운드에서 한국전에서 두 투수는 등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한시름 놓은 셈이다.
한국은 이러한 복잡한 셈법 없이 컨디션과 등판일정에 따라 선발투수를 결정해 놓았다. 가장 껄끄러운 대만전이 아니라 네덜란드전에 에이스 윤석민을 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2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복잡한 계산은 필요없다. 실력으로 B조 최강임을 입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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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