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독특한 룰 가운데 하나로 투구수 제한이 있다. 1라운드 투구수 제한은 65개이며 30~50개를 던지면 하루를 쉬고 50개 이상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한다. 때문에 불펜 운용에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2일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는 투수교체가 어려운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기전에서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필승조를 모두 투입한다면 다음 경기가 부담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필승조 투입이었다.
현재 대표팀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만한 뒷문 카드는 정대현과 박희수, 그리고 오승환이다. 2일 경기에서는 정대현과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투입 시점이 미묘했다. 정대현은 0-4로 뒤진 무사 2,3루에 등판했고 오승환은 0-5로 점수가 벌어진 8회 1사 2,3루에 올라왔다. 체력안배와 전력노출 방지를 생각한다면 이들을 등판시키기 보다는 다른 선수가 나서는 편이 자연스럽다.

둘 다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호투를 펼치며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정대현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곧바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고, 강민호의 악송구가 없었다면 추가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오승환은 말할 것 없이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문제는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이들 두 명이 등판했던 이유는 있었다. 지더라도 잘 져야 2라운드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약체 호주가 3패를 당한다고 가정하면 2승 1패 세 팀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WBCI에서 정한대로 Team Quality Balance(TQB)에 의해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총 득점/공격이닝에서 총 실점/수비이닝을 뺀 값에 따라 순위를 가린다.
쉽게 말하면 공격 득실과 비슷한 개념이다. 질 때 지더라도 적은 점수 차로 져야 하는 것이다. 1차전에서 5점차 패배를 안게 된 한국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두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올리며 승리를 거둬야만 한다.
첫 경기부터 득실 부채 5점을 떠안고 가야 할 대표팀이다. 만약 정대현과 오승환이 불을 끄지 않았다면 2승 1패가 된다 하더라도 탈락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현장을 찾은 KBO 관계자도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명다 등판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대현과 오승환이 등판했지만 각각 투구수 10개, 12개로 큰 문제는 없다. 이틀 연속 등판 시 하루를 쉬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3일 대표팀은 경기가 없기 때문에 호주전과 대만전 연속등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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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