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소재, 디테일한 묘사, 지적 호기심 충족
JTBC '세계의 끝'이 16일 첫방송을 시작하고 한국형 재난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속도감이 빠르진 않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세계를 조명하고 바이러스 발생 경로를 찬찬히 훑으며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 아직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은 소재를 갖고, 비교적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끝'은 이날 1회 방송에서 괴질의 발생 사건에 배정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의 활약을 다뤘다. 드라마는 감염자의 집, 직장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괴질의 원인을 찾아내는 조사원들의 직업 세계를 촘촘히 그려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괴질을 퍼뜨리는 숙주의 사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다보니 극이 시작되자마자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기존 재난극에 비해서는 속도감이 빠르진 않았다.
드라마는 원양어선 한 척이 실종됐는데, 한 명의 선원이 탈출했다는 정보로 시작한다. 이어 희생자가 발생하고, 역학조사원들이 투입된다.
숙주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증상이 없는 '장티푸스 메리'인 어기영이 바로 그 탈출한 선원. 드라마는 그가 어떤 심리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 조사원들이 어떤 식으로 감염자를 격리, 조사하고 질병을 추적하는지에 큰 비중을 할당했다. 음식물쓰레기와 영수증, 환풍기 등을 검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전염병과 관련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충분했다. 또 통찰력이 뛰어나고, 부원들을 아끼는 강주헌 팀장(윤제문 분)의 캐릭터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호감을 샀다. 반달 모양의 반점과 출혈 등 감염자에게서 나타나는 자극적인 장면은 최소화한 노력도 엿보인다.
긴장감은 서서히 고조된 상태. 어기영이 서울에 도착하면서 병을 옮기기 시작하는데, 그는 자신이 숙주인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갇히기 싫다는 이유로 비협조적으로 나와 질병관리본부와 대립각을 예고했다.
이 작품은 일찍이 시청률보다 완성도에 중점을 뒀다고 선언한 상태. 윤제문은 “솔직하게 얘기하면 부담은 크게 안 느끼고 작품을 잘 만드는 게 우선이지 않나 생각한다. 작품을 잘 만들면 많은 분들이 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을 연구하는 교수를 등장하는 장현성도 “출연 배우들 보면 알겠지만 일반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다르지 않냐. 쟁쟁하신 연극배우들이다. 감독님의 캐스팅 콘셉트도 연극이나 연기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 많은 배우들을 모아서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출은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으로 직업 및 극중 배경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강점을 보여온 안판석 PD가 맡았다. 배영익 작가의 장편소설 '전염병'을 원작으로 했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