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 그날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
한화 우완 투수 김일엽(33)은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엔트리 승선. 롯데 시절이었던 지난 2011년에 이어 2년 만에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확실히 남다르다. 지난해를 끝으로 야구를 그만 둘 수 있는 위기를 딛고 일어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김일엽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롯데에서 방출당했다. 고향 대구에서 빵집을 차리며 은퇴를 준비했다. 하지만 야구는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롯데 시절 인연을 맺은 정영기 전 한화 2군 감독이 입단 테스트를 제의했다. 지난해 11월14일 일이었다. 그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서산 야구장 마운드에 올랐고, 김응룡 감독으로부터 입단 허락을 받는데 성공했다.

한화 입단 후 그는 독하게 훈련했다. 다시 잡은 야구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마무리훈련은 물론 12월 비활동 기간에도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훈련했다. 스프링캠프까지 거친 그의 체중은 110kg대 초반으로 빠졌다. 무려 12kg 감량으로 그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줬다. 김응룡 감독도 "살이 많이 빠졌다. 열심히 한다"며 그의 노력을 인정했다.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4경기에 나와 5⅓이닝을 던지며 안타 2개를 맞았을 뿐 사사구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에 나와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으로 2실점하며 평균자책점 3.38로 막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 1.13, 피안타율 1할7푼6리로 투구내용이 매우 안정돼 있다. 개막 엔트리는 당연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는 "결국 멘탈이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보다 하고자 한 의지가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며 "작년에 야구를 그만 둘 수도 있었다. 두 번 다시 오를 수 없는 마운드였는데 지금 이렇게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매경기가 정말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절실하게 던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절심함이 담겼는지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중반이 꾸준히 나올 정도로 힘이 실려있다.
한화 코치들과 동료들의 진심 어린 격려도 그를 일으켜 세우는데 큰 힘이 됐다. 김일엽은 "송진우 코치님과 이대진 코치님께서 절대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힘을 많이 주셨다"며 "(박)정진이형도 캠프 때부터 옆에서 여러가지로 좋은 말을 해줘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해 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만족과 자만은 없다. 김일엽은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절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마음 속에서 항상 11월14일을 잊지 않으려하고 있다. 서산에서 추운 날씨에 테스트받던 그 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때 초심을 끝까지 지키겠다. 11월14일을 잊지 않고 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아직 컨디션이 오르지 않은 박정진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됨에 따라 김일엽은 한화 투수 최고참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벼랑 끝에서 돌아와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김일엽에게서 한화 불펜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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