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어저께 TV] 조인성과 송혜교의 사랑은 눈물겹기 짝이 없다. 가짜 남매가 연인이 되는 과정의 설렘, 그리고 모든 실체가 드러난 후의 진통, 애를 쓴 결별 후에도 이어지는 애증과 그리움의 감정들이 촘촘한 장면들을 통해 전달된다. 아프고 아프다. 이뤄질 수 없어서 지독하게 쓰린 사랑이다. 보고만 있어도 같이 괴로운.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는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의 멜로가 큰 줄기를 이룬다. 가짜 오빠 행세를 한 오수와 외로운 상속녀 오영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고, 살고 싶어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노희경 작가는 삶과 인생을, 사랑을 아니, 더 나아가 인간애를 그린다.
그런데 이토록 절절한 멜로 말고도 '그 겨울'에 탐닉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작품 속에서 펄떡이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의리다. 오수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사람답고 남자다운 캐릭터가 달콤 쌉쌀한 멜로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제 가족보다 오수를 더 챙기는 박진성(김범 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수와 진성의 총알받이 역할을 자처한 조무철(김태우 분)까지, 진한 남자 냄새가 진동하며 안방을 매료시켰다.

오수는 과거 조무철과 연적으로 맞서야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둘 다 양아치 인생을 살았고 돈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무서운 세상에서 적대 관계가 되기도 했다. 거칠고 난폭하게 서로를 밀어내고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던 두 사람은 후반부에 이르러 실은 숨겨왔던 원초적인 감정들에 충실하고 있다. 형인 조무철은 오수에게 78억 원의 빚을 독촉하며 그를 괴롭혀 악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그간 오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면모가 드러났다. 오수 역시 김사장을 직접 만나 조무철과 박진성의 목숨을 위한 딜을 했다. 그리고 조무철에게 "훗날 만나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숨겨왔던 진심을 전했다. 고아원에서 만나 밑바닥 인생을 함께해 온 두 남자의 피보다 진한 우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오수와 박진성의 형제애 또한 남다르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숨보다 소중한 이들이다. 원래 도박판에서 함께 활약하며 우정을 나눴지만 오수가 오영의 집으로 들어간 뒤, 박진성은 오수의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형을 위해서라면 부모도 집도, 심지어 너무나 좋아하는 여자 친구 희선(정은지 분)도 필요 없다. 형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기 속에 어떻게든 그를 구해내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오수 역시 자신을 위해 고초를 겪는 진성을 구하기 위해 김사장과 딜을 했다. 하지만 오수의 곁을 떠나지 않는 진성, 눈물겨운 우정과 의리의 끝은 어떤 결말일지 호기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겨울'은 오수-오영 커플의 마음 아픈 멜로만으로도 충분히 명품이지만 이렇듯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사나이들의 의리를 농도 짙게 그려내며 그 가치를 더한다. 오수도, 조무철도, 박진성도 누구 하나 버릴 이 없는 완소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각박하고 고된 인생살이, 그래도 살아볼 만한 이유는 사랑만은 아니라고. 목숨과도 바꿀 친구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볼만 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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