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동요가 없던 명불허전 연기다. 재발견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 남다른 연기력으로 호평을 모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감히 '다시 발견'이라 해두자. 분명 이전보다 훨씬 더 여물은 연기력과 아우라가 터졌다.
3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의 조인성과 송혜교가 끝을 가늠하기 힘든 연기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첫 회부터 믿고 보게 만들었던 두 사람의 연기는 전개가 속도를 내고 감정이 극에 달할수록 정점을 향했다. 쓰레기를 자처하는 겜블러에서 뼈아픈 사랑에 오열하는 혼돈 속 청춘으로 탈바꿈해간 오수 역의 조인성, 시각 장애를 지닌 외로운 상속녀에서 삶과 사랑을 배우고 갈구하는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난 오영 역의 송혜교는 각자 제 몫을 120% 해내며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최종회는 1년 후 재회한 두 남녀의 핑크빛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목숨을 건 마지막 도박을 끝내고 사람답게 살게 된 오수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력을 찾은 오영은 1년의 기다림을 돌아 다시 만났다. 벚꽃이 흐드러진 길 위에서 이제야 서로의 눈동자를 온전히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격한 감정을 끌어올려 키스를 나눴다. 제법 멀리 돌아왔지만, 꽤나 아프고 힘들게 지나왔지만 이제 두 사람 앞에 남은 건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조인성과 송혜교는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대체불가 비주얼과 연기력을 맘껏 뽐냈다.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이자 8년 만에 임한 드라마에서 조인성은 깊어진 남성미만큼이나 농익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송혜교 역시 5년 만에 찾은 안방극장에서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하듯 더욱 짙어진 내공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에도 오수와 오영이라면 도저히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히 혼연 일체된 모습이다.
대체 얼마나 갈고 닦은 기량일까. 조인성은 30대에 접어들며 군 입대 전 어필했던 꽃미남 포스를 덜어내고 한층 남성적이고 섹시한 비주얼로 여심을 붙잡았다.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을 바탕으로 황금 비율 몸매를 과시했고 과거에 비해 깊어진 눈빛까지 더해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송혜교는 CF 속 극강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 데다 크고 작은 영화를 통해 쌓은 연기의 지층을 드러냈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에 기대고서야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이 과연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고 또 열정을 불 지핀 끝에 이룩한 성과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 겨울'은 특히나 고도의 감정 연기가 반복되면서 보는 이들마저 숨죽이게 했던 작품이다. 드라마 속에는 세상만사 희로애락이 모두 다 들었고 어떤 땐 가혹하리만치 무서운 감정의 파도가 일렁였다. 기특한 두 배우는 눈빛 하나, 손짓이나 말투, 숨소리마저 계산된 디테일이 살아있는 감정 연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조였다 놨다 했다.
특히나 눈물 연기가 작품 전반을 관통했던 만큼 정신적인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피 맺힌 절규도 아기 같은 울음도, 무음 오열까지도 조인성과 송혜교가 흘린 땀들로 완성됐다. 눈물 장면도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더 고생이 많았을 두 사람은 100리터쯤 흘린 눈물과 또 100리터쯤 흘린 땀방울 끝에 '그 겨울' 속 오수와 오영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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