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좀처럼 넘을 수 없는 벽인 것일까.
개막 2연전을 싹쓸이한 LG가 넥센과의 올 시즌 첫 3연전에서 1승 2패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아직 넥센과 13경기나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3경기로 올 시즌의 향방을 예측하기에는 힘들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넥센에 끔찍하게도 발목이 잡혔던 만큼, 시작을 루징시리즈로 끊은 점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반적인 경기 내용이 지난 시즌의 데자뷰라 더 아쉬울 것이다.
LG가 넥센에 약한 것은 어쩌면 미스터리다. 넥센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현대와의 통산 전적을 살펴봐도 260승 16무 207패로 LG가 우위에 있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2002년 이후를 돌아봐도 LG는 현대보다 통산 전적에서 앞섰다. 현대가 2003시즌부터 황혼기였던 2007시즌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번 차지하고 네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염두에 두면 LG는 적어도 넥센의 뿌리를 상대로는 고전하지 않았다.

사실 넥센이 창단한 2008시즌부터 2010시즌까지만 해도 넥센 공포는 없었다. 3시즌 통산 상대전적 25승 31패로 조금 뒤졌지만 2010시즌의 경우 10승 9패로 오히려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악연은 2011시즌부터 시작됐다. 8개 구단 처음으로 30승 고지를 밟으며 쾌속 질주했던 LG는 넥센만 만나면 결과가 안 좋은 혈투를 벌였다. 19번의 맞대결 중 9경기가 1점차 승부, 5경기가 연장접전이었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진땀승부 속에 상대전적 7승 12패로 절대적 열세에 놓였다. 무엇보다 LG쪽으로 흘러가던 페넌트레이스 흐름이 넥센만 만나면 끊겨버렸다.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둔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해 불안한 후반기를 예고했고 후반기 첫 3연전도 스윕패가 됐다.
2012시즌도 비슷했다. 30승 30패로 5할 본능의 마지막이었던 6월 23일 잠실 롯데전 이전까지 넥센과 4번 시리즈를 치렀고 이중 한 차례만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좋게 흘러갔던 흐름도 이상하게 넥센만 만나면 반대로 흘렀고 상대전적은 6승 13패가 됐다.
LG에 있어 가장 속 쓰린 부분은 LG 유니폼을 입었던 넥센 타자들의 LG전 맹활약이다. 지난 시즌 MVP 박병호는 LG를 상대로 자신의 시즌 OPS .954보다 높은 .961를 찍었다. LG전에서 홈런 6개를 쳤고 26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박병호는 4일 경기서도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이택근 또한 지난 시즌 OPS가 .619 밖에 안 됐지만 LG전에선 .786으로 다른 타자가 됐다.
마운드에는 LG 킬러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지난 시즌 밴 헤켄은 LG를 상대로 4번 선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밴 헤켄은 2일 LG와 맞붙은 올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작년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며 첫 승을 따냈다. 김영민은 LG만 만나면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4.69를 찍은 김영민은 LG전 5번 선발 등판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41을 올렸다. 4일 LG전 역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렇다고 LG가 넥센에 고전하는 이유를 특정 넥센 선수의 LG전 맹활약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LG는 넥센만 만나면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 총 25개의 에러를 기록한 오지환은 넥센전에서만 에러 6개를 범했다. 올 시즌도 넥센을 상대로 벌써 에러 2개를 올렸는데 4일 1회말에 범한 에러는 넥센의 선취점으로 연결됐다. 4일 경기 7회초 1사 3루 장기영의 홈송구에 의한 정주현의 리터치 실패 또한 상황 판단 미스에 가까웠다. 이천웅의 타구가 깊지 않았고 좌익수 장기영이 투수 출신의 강견임을 생각했다면, 그리고 다음 타자가 지난 시즌 득점권 타율 1위에 오른 박용택인 것이 머릿속에 있었다면, 아무리 정주현의 다리가 빠르다고 해도 리터치 지시는 성급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LG와 첫 3연전에 앞서 넥센이 LG에 강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요인은 없다. 단지 선수들이 좀 편하게 경기에 임하면서 집중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넥센은 3연전 동안 LG보다 많은 실책 3개를 기록했지만 실책을 만회할 호수비가 쉬지 않고 나왔다.
LG와 넥센의 다음 3연전은 5월 7일부터 시작된다. 4강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는 두 팀이 한 달 후에는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을지, 그리고 다음 3연전에선 LG가 넥센을 상대로 반전에 성공할지, 아니면 넥센이 여전히 LG에 강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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