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2011년 9월 세금과소 납부로 인해 스스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강호동은 대한민국 예능을 유재석과 양분했던 '국민MC'였다. 지난해 11월 10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필두로 방송에 복귀,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강호동의 위상은 계속 상승중이지만 아직 예전의 기세보다는 조금 덜하다.
'스타킹'은 원래 강호동이 없을 때도 동시간대 1위를 내달리던 인기 프로그램으로서 여전히 그 세를 유지한다고 해석되고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폐지했다 그의 복귀로 부활시킨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식이다.
지난 1월 22일 새롭게 출범시킨 KBS2 '달빛프린스'의 경우 방송 내내 3~4% 정도의 극도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더니 결국 방송 두 달도 안 된 3월 12일 전격 폐지라는 씁쓸한 뒷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호동을 앞세운 예능이 힘도 못쓰고 조기종영된 모습은 강호동의 이름값에 철저하게 분탕질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지난 1년여의 공백으로 예능감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그 1년여의 공백기동안 예능의 판도가 강호동과는 다른 스타일로 진화한 것일까?
그 해답을 줄 리트머스의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새롭게 시작하는 두 편의 야생 버라이어티 KBS2 '우리동네 예체능'과 SBS '맨발의 친구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오는 9일과 21일 각각 첫방송된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세 명의 MC가 동네 체육관을 방문해 생활체육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평범한 동네 사람들의 진솔한 사연들을 들어보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맨발의 친구들'은 과거 '패밀리가 떴다'를 연출한 장혁재 PD가 맡는다. 아직 포맷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연진의 과제 도전이 주를 이루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촬영을 위해 출연진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것을 보면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정글의 법칙' 등이 혼합된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로 추측된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강호동의 뒤를 김병만 이수근 박성호 최강창민이 받쳐준다. 김병만이야 두 말 할 것 없는 만능 체육인이고 강한 체력 등을 바탕으로 한 개그에 강점을 보인다. 이수근 역시 운동에 소질이 많고 '1박2일'을 통해 강호동과 충분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콤비네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박성호 역시 최근 예능감이 절정이어서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최강창민은 이미 '달빛프린스'에서 강호동과 콤비플레이를 해본 경험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강호동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는 책을 버리고 강호동의 전문분야인 스포츠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달인' 김병만과 이수근의 가세도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강호동은 게스트들을 거침 없이 압박하며 목청이 터질듯한 굉음을 내지르며 과도한 리액션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가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며 숨은 고수를 발굴해내고 그들과 팽팽한 대결을 펼인다는 구도는 일단 기획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패밀리가 떴다'와 '스타킹' 그리고 '출발 드림팀'의 재미를 전부 모아놓은 듯한 인상이다.
'맨발의 친구들'은 강호동 외에 윤종신 김범수 김현중 은혁 유세윤 윤시윤 그리고 홍일점 유이가 출연한다는 것 외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일단 인해전술에서 화면이 가득찰 것이란 전망은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는 강호동의 몸에 딱 맞는 안성맞춤의 옷으로 예측된다.
'달빛프린스'의 실패는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일단 몸으로 웃기는 강호동과 부자연스럽다. 강호동은 씨름선수란 전직이나 듬직한 덩치 그리고 날카로운 인상 등으로 꽤 강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이미지로 산다. 아무리 강호동이 민감하고 예민한 정서적인 면모를 보여도 대중은 그를 '돼랑이'로 소비한다.
게다가 제작진의 건전한 취지와는 달리 현대인들이 책을 지나치게 멀리 한다는 게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떨어뜨린다. 제작진은 시청자를 독서나 최소한 책에 대한 관심이라도 끌게끔 유도하려 했지만 이미 오래전 종이를 떠나 인터넷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제작진의 착한 의도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렇게 강호동이 부진한 가운데 그의 강력한 라이벌 유재석은 여전히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고 신동엽과 이영자는 제 2의 전성기를 열며 강호동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유재석이 맡은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 2 '해피투게더'. '무한도전'은 여전히 토요일 예능의 지존이고 '런닝맨'은 초반의 부진을 훌훌 털어버리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해피 투게더'는 시즌 3까지 내달리며 선전 중이다.
신동엽은 지난 2001년 KBS 제1회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정상에 올랐지만 그 이후 강호동 유재석의 쌍두마차에 밀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KBS 연예대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의 '19금' 급 성적 유머는 확실하게 신동엽이라는 독립된 캐릭터를 자리잡게 해줬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 쇼오락MC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영자도 꽤 긴 공백과 부진의 터널을 지나와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당당하게 부활했다.
비록 진행 프로그램은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MBC MUSIC '춤추는 100인의 황금마이크' 두 개지만 '안녕하세요'를 부동의 1위로 이끌며 절정의 입담과 개그감을 발휘해 존재감만큼은 단연 메가톤급이다.
이 와중에서 강호동의 행보가 탄탄대로를 걷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게다가 그는 컴백 1차 시험무대에서 실패한 쓰라린 상처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야심차게 내놓는 두 개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과연 명예회복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대중이 왜 강호동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유재석은 부드럽다 못해 유약하고 주변을 잘 받쳐주는 스타일이다. 그저 인상 좋은 아저씨로서 착한 이미지를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운다.
신동엽은 과감한 '19금' 급 발언과 아주 차분한 진행솜씨가 트레이드마크다. 인상이 좋고 워낙 평소 모습이 반듯하다보니 그의 입에서 나오는 성적인 발언조차도 그리 추하게 보이지 않는 게 그의 강점이다.
이영자는 거침 없는 말투와 행동이다. 이유미라는 예쁜 본명이 있음에도 일부러 촌스러운 개그우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영자로 이름을 바꾼 그녀는 자신의 뚱뚱한 몸매와 강한 육체적 힘을 적절하게 섞어 시청자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아직 미혼이지만 옆집 아줌마같은 편안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편안함을 주는 게 그녀의 강점이다.
이에 반해 강호동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아주 강한 캐릭터다. 그가 '무릎팍도사'에서 게스트에게 쏟아붓는 살벌한 질문은 어떨 땐 굉장히 불편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과한 리액션으로 만들어내는 몸동작과 얼굴 표정은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보통 사람보다 두 톤 정도는 높은 그의 사투리 섞인 하이톤 목소리도 개성으로 보자면 강하지만 호감도로 보자면 때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맨발의 친구들'은 강호동의 체질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어서 다분히 희망적이다. 동료 MC나 게스트들과 몸을 사리지 않고 뒤섞이면서 좌충우돌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연출해낼 그의 그림은 확실하게 풍성하고 재밌어 보인다. 왜냐면 대중은 강호동이 씨름선수와 개그맨 출신의 MC인 점에 환호하기 때문이다.
강한 경상도 억양의 말투로 거침 없는 말투를 뿜어내며 천하장사 출신의 뚝심으로 게스트를 휘어잡고 어느 장소에서든 맏형 노릇을 해내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강호동이 진짜 강호동이다. '달빛프린스'에서처럼 톤다운한 말투로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고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는 모습은 강호동이 아니다.
물론 불안한 요소도 있다. SBS '힐링캠프' KBS2 '인간의 조건' MBC '아빠! 어디 가?'의 성공에서 보듯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은 예전처럼 몸개그로 웃기는 피지컬 보다는 정신적인 감수성에 무게중심에 실리고 있어 '체육인'의 이미지를 판매의 포인트로 앞세운 강호동의 강점이 결코 장점으로만 작용한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강호동은 자신의 개성과 장점은 살리되 유행의 흐름에 적당하게 편승해 약간의 변화를 피하지 않는 가운데 대중에게 적절하게 아부할 줄 아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대중이 강호동을 소비하는 방법은 앞서갈 줄 알고 타협할 줄 아는 '돼랑이'이기 때문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