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충무로에서 개성파 여배우가 누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 여배우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신선한 마스크'로 등장한 후 필모그래피를 더할수록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조은지다. 그가 이번에는 '기자'로 변신했다. 지난 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상영 중인 영화 '런닝맨'(조동오 감독)에서 민낯에 수수한 캐주얼 복장을 하고 종횡무진 스크린을 뛰어다니는 그는 열정적이고 유쾌하다.
거의 민낯으로 등장하는 그에게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라고 묻자 "화장은 기본 베이스, 눈 라인 정도만 했다. 예쁘게는 보이고 싶은데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라며 '하하' 웃어보였다. "여자보다는 직업적으로 보여져야 하는 게 강했어요. 예쁘게 보여야 하는 역할이면 요구하겠는데 그게 아니어서 욕심내지 않았어요. 당연한 거죠."
이번 역할을 위해 실제 사회부 기자와 만남을 갖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몇 번 안면이 있는 (기자)분과 식사자리 만들어서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화 같은 여러 에피소드에 대해 들었어요. 기자로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해서 기자들이 잘 쓰는 용어들도 배웠죠. (한 번 말해주세요) 음. 편집 됐는데 '뻗치기' '야먀' 같은 것들이 있던데요."

이번 작업을 통해 새로운 현장 경험을 했다는 그다. 조동오 감독의 명확한 캐릭터 설정과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한 디렉션은 처음에는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아 감독님이 말한 게 이런것이었구나'란 것을 새삼 느꼈다고. 그렇게 탄생한 기자 선영은 가장 열성적으로 사건에 파고들며 관객들을 이끈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서 그는 홍일점으로 활약했다.

"유일한 여배우라 좋은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함께 한 배우들이 잘 해줬다. 사실 오빠들(신하균, 김상호)도 그 질문을 받고 '잘 못해줬다'란 대답을 하더라. 그래서 기준 자체가 뭔지는 애매했긴 하다"라며 다시한 번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여배우로, 여자인 것을 넘어 같은 배우로서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신하균과 김상호를 처음 만난 소감에 대해 물었다. 김상호에 대해서는 "얼굴 되게 작네!", 신하균에 대해서는 "오다가다 사석에서 만났는데, 데뷔 초부터 한결같은 사람. 낯을 되게 가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인 분. 유머 자체를 모르실 거 같은데 툭툭 하는 말들이 빵빵 터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하균의 아들 역을 맡은 이민호에 대해서는 "젊어서 가장 음주실력이 뛰어나다"라는 평.
액션, 사극, 코미디, 드라마 등 지금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던 그에게 본격 액션에 대한 욕심은 없냐고 물었다. 이번 작품에서 깨알같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신하균을 보며 부러웠을 수도 있었을 터. '여자 런닝맨' 버전이 있다면 하고 싶어 못 배길 것 같다는 그다.
"액션을 본격적으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제게 주어지면 정말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는 달리고 쏘는 것 정도였기 때문에 정말 한 번 해 보고 싶더라거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장르 불문하고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은 휴먼드라마도 하고 싶고, 멜로도 하고 싶고 다양하게 다 해보고 싶어요."

모델 출신으로 우연히 임상수 감독의 '눈물' 오디션에 힙격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는 이제 제작진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믿고 선택하는, 혹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 친다. "1.5배 정도는 능력보다 칭찬 같은 어떤 얘기를 듣는 것 같은데 사실 '은지 씨는 잘하겠지'라는 말을 들으면 부담스러워요. 감독님들이 다 잘 잡아줘서 지금까지 좋은 역할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 좋다고 유명한 그이지만 이 역시 많은 부분 스스로 노력한 결과다. "2007년 이전에는 되게 숫기도 없고 적응을 잘 못했던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회고한다. "회식 자리를 가면 많이 어려워하고 어색해했어요. 하지만 제 자신을 많이 극복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제가 되려 사람들을 챙기고 먼저 만나자고 해요."
마지막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배우로서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유쾌하게 한 바탕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잠시 골몰한 생각에 빠진 그다. 비교적 오랜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한 번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가 제 스스로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거나 평가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엄살쟁이', '자학 스타일'이라는 말을 좀 들어요. 겸손하다고요? 겸손이 지나쳐 독이 되는 스타일일까요? 하하. 관객들이 봐주시는 제 모습이 진짜가 아닐까요. 관객들이 스크린으로 봐 주시고 느끼시는 제 모습이, 제가 절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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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