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선발‘ 노경은, 써니퍼트 길을 걷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6 06: 12

투구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직구를 비롯한 모든 구종을 전력투구, 결정구화하던 그는 ‘때릴 테면 때려봐라’라는 투구를 펼쳤다. 비록 6회 3실점으로 아쉬움이 남았고 승리도 따내지 못했으나 그에게 매 경기 따라붙던 사사구가 없었다. 두산 베어스 새 우완 에이스 노경은(29)은 ‘써니’ 김선우(36)와 파란 눈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의 길을 따르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9피안타(탈삼진 6개)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막판 동점 허용으로 선발승이 날아갔고 6회초 황재균에게 좌월 스리런을 내준 경기. 지난패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던 노경은은 올 시즌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4.34(16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기록을 보면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14일 경기 내용에서 굉장한 변화가 있음을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6월 6일 잠실 SK전에서 선발로 전업한 이래 노경은은 이전 20경기까지 매번 사사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14일 롯데전에서는 단 한 개의 사사구도 없었다. 투구수 102개 중 스트라이크 62개에 볼 40개로 볼이 다소 많았음에도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결정구는 그대로 존 안에 꽂아넣었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 노경은은 자신의 올 시즌에 대해 “매 경기 6~7이닝 이상은 기본적으로 소화하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그만큼 노경은은 사사구를 남발해 투구수를 늘리며 그라운드를 지키는 야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일 대신 안타를 맞더라도 빠른 투구 패턴으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14일 당시 기온이 영상 10도 미만으로 쌀쌀해 제구가 쉽지 않았으나 노경은은 결정구를 그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했다.
이는 선배 김선우, 니퍼트의 투구 패턴과도 유사하다. 원래 김선우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국내 무대 초창기까지 빠른 패턴을 즐겼다. 그러나 포심 패스트볼의 테일링에 의존하다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김선우는 2010시즌부터 체인지업과 투심-싱커 비율을 높여 땅볼 유도형 기교파 투수로 변모했다. 니퍼트도 2011시즌 중반부터 포심 비율을 줄이고 체인지업과 투심을 자주 던지는 쪽을 선택했다.
“돌아 들어가되 야수들을 피곤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야수들이 수비가 좋으니까 최대한 그들을 믿고 낮은 제구로 땅볼을 이끌고 싶다. 2011년 16승을 할 수 있던 데는 우리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김선우) “한국 무대 초반 유인구 비율도 높았는데 그러다보니 5이닝 째 되었는 데도 투구수 100개가 넘을 때도 있더라. 스스로 힘들었다. 그래서 상대 방망이를 이끌고 이닝 당 투구수도 줄이며 야수들을 믿고 던지는 패턴을 택했다”.(니퍼트)
‘변화구를 존 안에 들어가게 공격적으로 던지면 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투수는 민감한 보직이다.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제구 난조가 일어날 수 있는 데다 타자를 세워놓고 변화구를 존 안으로 넣을 수 있는 경우는 대단한 강심장과 변화구의 달인이 아닌 이상 쉽지 않다. 탈삼진을 욕심내고 많은 공을 던지다 결국 그라운드에 서 있는 야수들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그만큼 김선우와 니퍼트, 그리고 노경은은 방망이를 먼저 이끄는 쪽으로 투구 패턴을 가져가는 것이다.
2003년 데뷔한 11년차 투수 노경은은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로서 2년차에 접어든 투수다. “이제는 1군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대해 조금씩 자신감과 요령이 붙는 것 같다”라며 조심스레 이야기한 노경은은 “승리를 욕심내기보다 매 경기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계투진의 피로를 줄여주고 야수진의 역습 기회를 보다 빨리 제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무사사구 3실점투를 보여준 노경은의 패턴 변화를 주목할 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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