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한 마디 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황당한 경우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에 이어 지난 12일 발표한 '젠틀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K팝 역사상 이런 경우가 없었다. 싸이는, 본인의 생각은 어떻게 됐든 간에, 핑크, 저스틴 팀버레이크, 마룬파이브 등 세계를 움직이는 음악 거물들을 상대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싸이가 자신의 노래로 등장하기 전까지 유튜브 강자였던 저스틴 비버를 가볍게 제쳤고 세계 아이튠즈 차트를 휩쓸고 있던 핑크를 2위로 끌어내렸다.
이에 빌보드, BBC, CNN 등 해외 외신들도 싸이가 '원히트원더'의 우려에서 벗어나 2연타를 날렸다고 호평을 내놓고 있다. 유튜브 상 뮤직비디오가 몇 번 클릭이 됐는지 아이튠즈에서 몇 위를 하는지 시시각각으로 중계한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싸이 뮤직비디오의 폭력적 및 성적 가학성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논란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도덕 질서를 방해하고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일부 장면이 포르노에 비견될 만큼 저급하며 여성을 희화화하는 불쾌한 장면이 포함됐다고 날을 세웠다. 여성을 상대로 치는 장난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인데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콘서트에서 뮤직비디오가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웃음으로 수렴됐다.
싸이 스스로 자신을 B급 정서를 가진 아티스트라고 정체성을 부여했던 만큼 그의 새로운 뮤직비디오에 반감을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영어 가사와 따라부르기 쉬운 가사를 녹였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유머 코드를 녹였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사대주의적 관점에서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싸구려 유머를 구사했다는 왜곡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온라인 반응을 고려할 때 주의깊게 살펴야 하는 것이 악의적 댓글과 객관적 악평의 구별이다. 한국인이라, 동양인이라, 싸이라 그냥 싫다는 사람들의 의견 하나하나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건 선정적이었고 저들이 싫다니 그냥 한국에서 활동하자는 권유는 설득력도 없고 의미도 없다.
B급 정서의 묘미인, 직설적 비유에 대한 고찰은 접어두고 뮤직비디오 내 작은 장면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성적 희화화로 치부하는 건 어떤 논리인가. 남자와 여자를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라이벌 구도를 가져오는 것 역시 의문이 남는다. 가인이 포장마차에서 싸이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장면에서는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인가. 이는 약육강식의 문화에 길들여져버린 답답한 사고관으로 해석된다.
백번 천번 양보해서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포르노그라피라고 하자. 그 '저렴한' 포르노 뮤직비디오도 저렇게 전세계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데 저들이 말하는 칭찬받아 마땅한 왜 다른 고급 문화들은 그러지 못하는 건가.
싸이는 대중을 최우선으로 작곡을 한다는 음악관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감정 중에서 관심이 가는 감정을 꺼내 다룬다는 것. 그 감정은 애국심이 될 수도 있고, 우정이 될 수도 있고 불의에 대한 반감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싸이의 전 앨범들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물론 성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소재들을 싸이는 유머로 풀어왔다. 눈물도, 웃음도 유머로 치환시켜 종국에는 모두가 시원하게 웃고 털어내는 카타르시스를 강조해왔다. 그게 싸이의 음악이었고, 데뷔 초반 비난을 호평으로 바꾸는 힘이었다. 농담에 웃을 줄 아는 센스 정도는 '젠틀맨(우먼)'이 되기 위한 기본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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