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컷 입체는 전세계 최초다. 한국의 VFX(visual effect, 시각효과)를 알리고 싶다."'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황당한 설정을 얼만큼 진짜로 보이게 만들까?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원대한 도전을 펼친다. 사람이 아닌 고릴라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3D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18일 파주 '덱스터 디지털'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미스터 고' 후반 작업에 한창이었다. 작업 공정은 공학이 예술로 탄생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김용화 감독은 2010년 '미스터 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투자를 받아 VFX 제작 스튜디오인 '덱스터 디지털'을 설립했다. 할리우드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야구하는 고릴라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중국에서 500만 달러(한화 50억여 원)를 투자받은 한중 합작물로 제작 기간은 2010년부터 오는 7월까지 4년에 달한다. 순제작비 225억 중 약 120억이 VFX에 사용됐으며 고릴라 장면이 무려 900~1000여컷 등장한다.

주인공인 고릴라가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느냐, 즉 얼만큼 현실감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미스터 고'의 VFX 파트를 총괄 담당하는 '덱스터 디지털'의 정성진 본부장은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영화를 어떻게 구현할까 고민을 많이했다"라며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황당한 설정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설정부터가 고민이이었던 것이다.
정 본부장은 "처음부터 스태프들이 고민한 것은 '고릴라가 야구장에 가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100여장이 넘는 키 비주얼을 6개월 이상 그려보면서 생각을 공유했다. 고릴라가 '극사실적'으로 가는 게 내러티브에 맞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주인공 고릴라 '링링'의 기본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이후 어떻게 하면 그처럼 자연스러운 입체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교본조차 없던 상태로 사실 한국영화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어려움을 넘고 고릴라가 입체로 리얼하게 구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퍼펙트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물론 공정은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들을 모션 캡처 프리비전으로 만들었고, 전세계 모든 최고의 하이테크 장비들을 모아 3년전부터 작업을 진행했다.
정 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이 시각적 피로가 없고, 또 남녀노소 좋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입체 시스템은 '미스터 고'가 현재 전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입체감과 더불어 크리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고릴라의 표정을 리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또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 뿐 아니라 환호하고 열광하고 야유를 보내는 등 가지각색의 행동을 하는 관중들까지 모두 VFX를 통해 구현됐다.
뿐만 아니라 고릴라가 주인공인 만큼, '클로즈업'이 많기에 표정의 디테일함에도 신경썼다고. 정 본부장은 "링링이 주인공인만큼 사랑스럽고 멋있게 만들어야 했다"라며 "실제 애니메이터 17명이 함께 일본 동물원에 가서 2박 3일 동안 고릴라와 같이 생활하기도 했다"라고 고릴라의 행동과 표정을 보다 세밀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엇보다 '털' 시스템이 최고다. 고릴라 털은 너무 많기도 하지만, 특성도 부드럽고 꼬이고 장력을 받는 등 다양하다. 또 바람이 불면 흔들려야 하고 여기에 감정도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털이 고릴라 VFX의 관건임을 설명했다. 실제 공개된 영상 속 고릴라의 털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세밀한 사실감으로 단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가하면 김용화 감독은 "내 영화의 주인공은 고릴라 링링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기술이고 뭐고 감정 이입이 안 되면 안된다. 2시간 동안 잘 설계해서 VFX, 음악, 미술 등을 잘 조화시켜 관객에게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목표다. 물론 만들다보면 기술에 함몰되는 경우가 있다. 용케 내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과시되거나 과장된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의 균형 감각은 잘 유지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드라마가 결코 기술에 함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덱스터 필름'은 김용화 감독을 중심으로 콘텐츠 기획과 제작, 3D촬영 및 제작, VFX를 포괄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종합 스튜디오로 영화 콘텐츠를 기획, 총괄, 제작하는 덱스터 필름과 국내 최초로 3D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덱스터 워크샵, 300명의 스태프로 구성된 VFX 스튜디오인 덱스터 디지털로 구성돼 있다. 특히 3D촬영에서부터 모니터링, VFX 연동 3D 후반, 3D 방송중계 프로덕션의 마스터링/송출까지 풀스케일 스테레오스코픽 3D 서비스를 제공한다.
nyc@osen.co.kr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