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천 연기 결정, 너무 빠른 건 아닐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4.24 10: 30

또 다시 전경기 우천 연기다. 
지난 23일 전국 4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4경기가 봄비로 우천 연기됐다. 지난 6일과 20일에 이어 벌써 3번째 전경기 우천 연기 결정. 9구단 체제로 일정 변수가 어느때보다 많은 시즌이지만, 벌써 14.3% 우천 연기 확률을 보이며 향후 또 다른 변수를 예고하고 있다. 
돔구장이 없는 한국프로야구 인프라 현실상 비는 막을수 없는 천재지변과 같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린다 싶으면 경기 시작 3시간 전 일찌감치 우천 연기를 발표하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다. 우천연기를 빨리 결정해서 팬들이 경기장에 헛걸음질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오산이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신시내티-필라델피아전은 일찍이 비 예보가 있었고, 경기 전부터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하지만 경기는 연기 결정이 나지 않았고, 1시간 20분을 기다린 뒤 비가 그치자 경기가 시작됐다. 0-0 동점이던 9회말에는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졌고, 결국 이튿날 서스펜디드 경기가 결정됐다.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수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만큼 야구를 보고 싶었고, 메이저리그 관계자 및 심판들도 최대한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했다. 신시내티 관계자는 "경기 일정은 팬들과 약속이다. 관중들이 많지 않아도 웬만하면 경기를 치르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시내티 구단만이 아니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볼티모어 경기도 일찌감치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예보가 있었지만 적잖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직전부터 내린 비로 사실상 경기 진행이 어려웠지만 우천 연기 결정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메이저리그는 이처럼 장시간이라도 기다리는 게 의무처럼 됐다.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우천 연기 확률이 낮다. 23일까지 우천 연기된 게 16경기로 전체 일정의 5.7%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경기수가 많고 일정이 빡빡한 메이저리그는 어떤 경우에도 경기를 하는 게 낫다. 또한 7개의 돔구장이 있고, 방수포 및 배수 시설에서 한국 야구장과 비교가 안 된다. 비만 오지 않으면 언제든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한국은 열악한 구장 시설로 상당수경기장이 비가 와도 물이 빠지지 않아 경기를 치르기 어려울 만큼 인프라에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우천 연기 결정은 신중치 못하고 너무 빠르다는 인상을 준다. 다저스 담당기자들은 지난 20일 우천 연기 결정 후 "한국은 어떻게 우천 연기를 결정하느냐"고 류현진에게 물었다. 류현진은 "한국은 연습을 할 때에는 일찍 취소하지만 경기 직전에 비가 오면 기다린다"고 답했다. 이에 미국 기자들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중 비가 내리면 30분 정도 기다린 뒤 취소 결정을 한다"는 한국 취재진의 설명에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한국의 한 박자 빠른 우천 연기 결정은 진정으로 옳은 것일까. 너무 빠르게 결정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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