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아닌 헤어지고 난 이후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영화 '연애의 온도'. 배우 이민기와 김민희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 영화에서 이민기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던 민차장을 기억하시는가.
동희(이민기 분)와 헤어진 영(김민희 분)과 소개팅을 하지만 멀끔한 외모와는 다르게 영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아 돌려보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며 동희의 화를 돋구는 민차장을 말이다.
관객들에게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는 이 맛깔나는 민차장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는 박병은.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내비치며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최근 OSEN과 만난 박병은은 '연애의 온도'에 합류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영화를 연출한 노덕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당시 제목으로는 '헤어지다'의 시나리오를 제의받았던 박병은은 5년 뒤, 다시 자신을 찾아준 노덕 감독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5~6년 전에 하려고 하다가 못들어갔어요. 그 사이에 다른 배우가 캐스팅 됐는데 이번엔 영화가 크랭크인되지 못했죠. 이후 다시 영화가 시작될 때 노덕 감독님이 의리로 저에게 다시 민차장 역을 제의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시나리오가 5년 전과는 똑같지도 않았고 내용도 달라졌는데 같이 하게 돼서 정말 좋았죠. 처음에는 은행원 이야기가 아니라 대학생 이야기였어요."

다시금 '연애의 온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박병은은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연애의 온도'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이민기와 절친이 됐다고.
"좋은 친구를 얻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민기와는 절친이 됐죠. 처음 봤을때 저희 둘 다 일본소설을 좋아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작가까지 똑같더라고요. 민기는 연기,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배우에요. 제가 선배지만 민기한테 반했죠. 그 열정과 노력, 그리고 연기할때 나오는 가끔의 광기를 보면 깜짝 놀라요. 자극도 많이 받고 보통놈은 아니죠(웃음)."
그렇게 친해진 이민기에게 박병은은 영화에서 흠씬 맞아야 했다. 이민기의 헤어진 연인으로 나왔던 김민희의 사진을 찍어 돌려보다가 딱 걸린 것. 맞는 장면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묻자 그저 좋았단다. 그런데 목욕탕에서 깜짝 놀라야 했던 사연을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혀 힘들지 않았고 좋았어요. 합 맞추고 들어갔는데 원래는 민기가 '가슴-허벅지-배' 이 순서로 때리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힘주고 있는데 다른 데를 때리는 거에요. 덕분에 리얼하게 나왔죠. 몸은 아팠지만 재밌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돼 있는 모습을 보면 짜릿하거든요. 아, 그런데 재밌는 얘기가 있어요. 멱살을 잡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 촬영 이틀삼일 후에 사우나를 갔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들이 저를 보고 놀라는거에요. 그래서 거울을 봤더니 가슴에 손톱자국이 가득했고 상처가 있더라고요. 이민기 이놈 대단해요(웃음)."

아직까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박병은은 꽤 오랜 시간동안 연기를 해온 베테랑 배우다. 오랜시간 해온 것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인지도가 그에겐 고민이 되지 않을까. 박병은은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배우 생활을 오래 보고 감정에 솔직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연기한지는 오래됐는데 조급했던 적이 없어요. 좋은 영화에서 좋은 캐릭터를 맡았지만 흥행하지 않은 것도 별로 개의치 않아요. 왜냐면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보기 때문이에요. 남자배우는 나이를 어느 정도 먹어야 연기와 얼굴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주름이나 세치 등에서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뻔한 캐릭터 아니라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거에요. 또 감정에 솔직한 연기도요. 그게 중요한 포인트같아요. 만약 제가 연기했을때 사람들이 '저 배우 연기 이상해' 이러더라도 저 자신이 한치의 부끄럼없이 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감정에 솔직하게 연기하면 대부분 좋게 보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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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