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투수는 스피드가 아닌 제구였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패스트볼 우려를 잠재우는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투구이닝에 최고의 투구내용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홈런 2개 포함 안타 8개를 맞고 5실점하며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부진했다. 당시 최고 91마일(147km)에 평균 89마일(143km) 패스트볼이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고, 볼티모어 타자들로부터 집중타를 피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92마일(148km), 평균 89마일(143km)로 볼티모어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보다 정교해진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된 볼티모어전에 비해 이날 메츠전에서는 코너워크가 잘 이뤄졌고, 낮은 코스로 안정감있게 제구가 됐다. 안타도 3개밖에 맞지 않았고, 장타도 6회 말론 버드에게 맞은 2루타가 전부. 이 역시도 3루 라인선상으로 빠진 것이라 외야로 뻗은 전형적인 장타는 아니었다.
몸쪽과 바깥쪽으로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적절했다. 볼티모어전에서는 탈삼진 6개 중 패스트볼이 결정구가 된 것이 1번밖에 없었지만 이날은 8개의 탈삼진 중 3개가 패스트볼로 잡은 것이었다. 여기에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 됐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각각 2개였고, 체인지업이 1개로 자신이 던질 수 있는 4개 구종을 모두 결정구로 활용했다.
공격적인 피칭도 돋보였다. 27타자 상대로 20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74.1%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로 유리한 카운트를 가져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구 이내 피안타율이 4할7푼4리에 홈런도 3개나 맞았지만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고, 제구가 된 공은 더욱 위력적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총 투구수는 109개로 스트라이크가 70개, 볼이 39개였다. 패스트볼이 50개로 가장 많았고, 슬라이더 24개와 체인지업 23개 그리고 커브가 12개였다. 슬라이더가 실질적인 투피치가 될 정도로 위력이 올라온 점도 돋보였다. 볼티모어전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내며 다음 경기를 더 기대케 만들었다. 류현진은 스피드로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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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재현 객원기자 pho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