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연기자 되길 잘했죠"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5.02 09: 17

“시끄러운 일로 구설에 올랐을 땐 왜 공인이 돼서 이런 일을 겪을까 싶었지만, ‘돈의 화신’을 마친 지금은 연기자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강지환은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극본 장경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을 끝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밝히며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의 화신’은 실로 오랜만에 만난 극본, 연출, 연기 3박자가 어우러진 속 시원한 작품이었다. 시청률 면에서는 경쟁작 MBC ‘백년의 유산’에 밀려 20%대 고지를 넘지 못했지만, 작품 내적인 평가에 있어 ‘돈의 화신’은 “주말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 "강배우 기다린 보람을 모니터로 확인했다"

강지환이 ‘돈의 화신’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의 남다른 신뢰 덕분이다. 당시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지환에게 “이차돈 역에 제격”이라며 유인식 PD와 장경철·정경순 작가가 뚝심 있게 그를 고집했고, 강지환의 출연 성사도 결국 이뤄질 수 있었다.
“애초부터 이차돈 역에 저를 점찍어 두고 전속계약이 만료되는 순간 연락을 취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은 승승장구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작품에 출연시킬 배우를 선택할 폭이 넓은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기다려주셨다는 점에서 놀라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반포기 상태였거든요.”
어려운 상황에 몰린 자신을 기다려준 보답은 그 즉시 이뤄졌다. 강지환은 비리검사 이차돈 역에 빠르게 몰입해 들어갔고, 이는 3회차 녹화가 끝나는 날 유인식 PD로부터 “강배우 기다린 보람을 모니터로 확인했다”는 말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지환은 기다림과 보답이라는 톱니바퀴로 맞물린 ‘돈의 화신’ 출연에 대해 “운명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차돈 역을 연기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스릴러, 액션, 코믹, 멜로를 한 작품 내에서 모두 소화해야 하는 게 강지환에게 떨어진 지령이었다. 특히 ‘돈의 화신’은 사회 주요직을 맡은 이들의 비리와 부패, 그리고 이들의 탐욕으로 인해 한 가정이 풍비박살 난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각 장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요구됐다.  
“다양한 장르가 요구됐지만 연기 하면서 버겁지는 않았어요. 다만 남들 모두 진지할 때 저 혼자 코믹한 모습으로 첫 등장을 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코믹과 정극을 오가는 연기가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죠. 같이 출연한 황정음 씨의 경우 분장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저 보다는 코믹 연기가 덜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정극 속에서 그것도 검사 역으로 출연해 혼자 시트콤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모험이고 도전이었어요.”
 
‘돈의 화신’에서 다양한 코믹 연기를 했지만 그 중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회자된 건 이차돈이 명성황후로 분해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장면이다. 그는 당시 소복을 차려입고 올림머리를 한 단아한 자태로 남자간호사들을 향해 과격한 발차기를 하고 격렬하게 도망치는 언밸런스한 모습으로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했다.
“사실 그 장면은 남녀가 한 몸인 아수라백작으로 설정돼 있었는데 제가 작가님께 제안해서 명성황후로 바뀌게 됐어요. 한복 입은 차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작가님께 보여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후 현장에서 손 위에 덮는 천도 급조하고 수 놓는 것까지 합쳐서 재밌는 장면이 나올 수 있었어요.”
코믹한 장면이 순간순간 있었지만 ‘돈의 화신’은 결국 이차돈의 복수상대들이 권총자살을 하거나 아들을 잃게 되는 등 파국으로 치달으며 인과응보로 끝을 맺었다. 팽팽한 긴장감은 ‘돈의 화신’ 최종회까지 이어졌다.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 생각엔 개연성이 충분한 마무리라고 생각해요. 권재규(이기영 분)는 아들이 죽음으로서 죄를 받고, 지세광(박상민 분)과 은비령은 권총과 비상으로 자살을, 고호(이승형 분)는 노숙자 신세가 됐는데 그들이 이전까지 한 행동을 보면 남들이 다 인정할 만한 결론이죠. 작가님께 감사한 게 저희 작품이 좀 더 화제를 만들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자극적인 장면을 넣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시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장경철·정경순 작가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데도 이슈가 되기 보다는 해왔던 것들에 대해 초심을 잃지 않는 선택을 하신 거죠. 저희 작품은 막장이 아니었습니다.”
◆ "전속 계약 분쟁, 달력만 봤다"
 
‘돈의 화신’으로 웃기까지 강지환은 지난해 하반기를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 건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는 당시에 대해 “그냥 달력만 보고 지냈다”며 그간 꺼내지 못했던 속앓이를 비로소 풀어냈다.
“전속계약이 만료되는 날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 날이 오기까지 제가 한 건 동네 친구들이랑 소주 마시고 인터넷 안 되는 산 속에 찾아다니고 하는 것들 밖에는 없었죠. 인맥이 넓은 편이 아니라 이전까지 제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즈니스에 얽힌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사무실이랑 틀어지면서 거의 혼자 된 거나 다름이 없었어요. 하소연 할때가 없는 거죠.”
“답답함이 이루 말 할 수가 없었”기에 그에게 ‘돈의 화신’은 더욱 절박하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하고 싶은 연기를 못한다는 게,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그렇게 된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죠. 그래서 더 절박하게 작품에 매달렸어요. 연기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저 열심히 했고, 다행히 그때의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는 결론이 내려져 뿌듯합니다.”
◆ "결혼하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12년차를 맞은 강지환은 ‘돈의 화신’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면 몰랐을까 두 번의 전속계약 분쟁을 겪으며 계획대로 배우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고민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공으로 이 같은 꿈이 어느 정도 실현 된 현재,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결혼 진짜 하고 싶어요. 특히나 이렇게 작품에 온 힘을 쏟으며 고생을 많이 하면 이걸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곤 해요. 이상형은 키 크고 피부 하얗고 긴 생머리의 예쁜 여성이었는데, 이제는 거기다가 요리도 잘 하고 심성도 곱고 부모님한테도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추가됐어요. 아직 마흔 안 됐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요(웃음).”
여자친구는 없지만 강지환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팬들의 존재는 여전하다. 강지환이 뮤지컬 무대에 설 때부터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그의 팬들은 이번 ‘돈의 화신’에서도 유독 오빠 사랑을 격하게 표현했고, 강지환은 이들을 “친정”이라고 부르며 남다른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가장 힘들 때 함께 해준 것도 팬분들이세요. 제가 ‘일당백’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저희 팬들이 정말 그렇게 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팬들에게 ‘내가 활동 안 할 땐 다른데 가도 되니까 작품 하는 동안만큼 와라’고 할 정도로 저와 팬들 사이에 끈끈한 어떤 것이 있어요. 제가 남자라서 안 어울릴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팬들은 제 친정이나 다름 없어요.”
sunh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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