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무대 위 요정은 없다.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는 연기자 유진(32·김유진)만 있을 뿐이다. 여성그룹 S.E.S로 활동한 적 있는 유진은 어느새 ‘연기자 유진’이 전혀 생경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현재 그는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고난과 역경에도 항상 밝고 씩씩한 민채원을 연기하고 있다. 채원은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전 남편 김철규(최원영 분)와 전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로 인해 눈물 마를 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극중 유진의 고난 연기에 힘입어 이 드라마는 현재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우리 드라마가 자극적인 요소는 있어도 재미는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의도한대로 대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시집살이가 강하게 표현돼서 막장 드라마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죠. 그래도 따뜻한 국수공장 이야기가 더 크게 부각되니까 막장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진은 극중 막장 시어머니 방영숙이 씌운 억울한 누명으로 고난의 길을 걸었다. 머리채를 쥐어 잡히고, 정신병원에 갇혔으며,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만자 이세윤(이정진 분)과 불륜관계로 내몰리기도 했다. 후반부에 들어선 이 드라마는 아직까지도 그가 연기하는 채원의 험난한 인생이 계속되고 있다. 채원을 연기하는 유진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반에 정신병원 촬영을 남해에 내려가서 찍었어요. 일주일 동안 찍었는데 밤을 새서 찍었죠. 그것에 비하면 지금은 별로 힘들지 않아요.(웃음) 물론 저 뿐만 아니라 선후배 연기자들이 5개월이라는 장기간 촬영을 하면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예요.”

사실 ‘백년의 유산’은 막장 시어머니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롭힘으로 인해 ‘막장 논란’이 따라붙기도 한다. 물론 이 드라마가 100년을 이어온 국수공장을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곳곳에 등장하는 자극적인 요소는 도가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유진이 연기하는 채원에게 찾아오는 끊임 없는 고난은 답답하다는 시선도 있다.
“채원은 대가족의 사랑을 받고 올바르게 자란 아이에요. 착하고 인내심이 있는 채원이 가끔 답답할 때도 있어요. 만약에 저라면 철규를 좀 더 단호하게 내쳤을 것 같은데 채원은 그러지 못하죠. 그래도 작가님과 감독님이 채원이라는 인물을 착하고 인내심 많게 설정한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저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채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납득이 가능한 연기를 하려고 해요.”
유진은 채원이 사랑에 상처를 입은 후 치유 받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초반 모진 시집살이로 인해 어두운 모습의 채원에서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살면서 다시 긍정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변화된 연기를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이는 유진의 뛰어난 캐릭터 분석력과 높은 연기 몰입도 덕분이었다. 캐릭터를 이해하지 않고는 연기를 할 수 없는 연기자 유진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유진은 초반 앞머리를 내리지 않다가,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살면서 앞머리를 내리는 스타일 변화를 꾀했다. 앞머리가 없을 때도 예뻤지만 내린 후 S.E.S 시절의 요정이 재림했다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앞머리가 없을 때는 성숙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채원이 이혼 후 다시 밝아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앞머리를 활용했어요. 초반에 앞머리가 없을 때는 나이가 너무 들어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도 했어요.(웃음) 아무래도 앞머리를 자르면 나이가 어려보이는 것 같아요.”

유진은 요즘 이 드라마에서 상대역인 이정진과 달달한 로맨스를 구축하고 있다. 키스를 하고, 달콤한 장난도 치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제 아무리 연기이지만 아내의 로맨스 연기를 바라보는 남편 기태영의 반응은 어떨까.
“남편도 연기자이니까 이해를 충분히 해줘요. 질투를 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아요. 오히려 같이 드라마 속 로맨스 장면을 보면서 장난을 치죠.(웃음)”
유진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제외하고 그동안 주로 착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연기 변신을 두려워 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저는 성격상 즐겁고 재밌는 캐릭터가 좋아요. 악녀 연기를 하면 심적으로 좋지 않더라고요.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악녀 연기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밝은 캐릭터가 더 잘 맞더라고요. 사실 전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가 욕심나던데요?(웃음)”
유진은 뷰티프로그램의 선두주자 온스타일 ‘겟 잇 뷰티’ 진행자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에는 직접 기획한 화장품 브랜드 ‘드루’를 론칭했으며, 뷰티 노하우를 담은 저서를 발간하며 ‘뷰티 전도사’로도 불린다. 30대인 배우 유진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비결을 건강한 사고방식을 꼽았다.
“전 제 몸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외면적인 아름다움도 결국 건강한 몸에서 나오거든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몸도 건강하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고방식과 성격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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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