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의 믿음, NC 성장판 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3 06: 18

또 한 번 불안감이 NC 선수단을 엄습했다. 1점차 리드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때 김경문(55) NC 감독은 마운드를 향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경기장에 긴장감을 불러 모으는 발걸음이었다.
마운드를 찾은 김 감독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민호(20)와 이태원(27)으로 이뤄진 배터리를 다독일 뿐이었다. 왼손은 이민호가 던지는 오른팔을, 오른손은 이민호의 공을 받을 이태원의 왼팔을 감싸 안았다. 감독의 신뢰가 두 선수의 몸을 타고 흘렀다. 이민호는 경기 후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고 ‘잘 던지고 있으니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NC의 배터리는 감독의 지시에 충실하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NC는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이겼다. 경기 중반 이후 전개된 SK의 추격을 따돌렸다.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감’이라는 무형적 전과물까지 건졌기 때문이다. 경기 후 김 감독도 “1점차 리드를 지켰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생구단 NC는 최하위에 처져 있다. 분명 시즌 초반보다는 공·수·주 모든 측면에서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형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은 아니다. 잘 싸우다가도 경기 막판 뒤집히며 고개를 숙이는 일도 많았다. 전력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명장 김경문 감독이라도 경험 부족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나 선수는 없다. 김 감독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김 감독은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퓨처스리그에서 1년 동안 배웠던 것보다 1군 무대 한 달 동안 배웠던 것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표면적으로는 선수들을 향한 말이었지만 이는 김 감독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약한 전력 탓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급하지 않다. 인내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 18일 마산 삼성전에서 9회 2사 후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었던 이민호를 믿음으로 다독였다. 볼 배합에 대한 지시보다는 자신이 가진 힘을 믿으라고 했다. 어차피 이겨내야 할 과정으로 본 것이다. 이민호는 이런 김 감독의 신뢰 속에 귀중한 경험을 쌓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김 감독의 믿음과 인내가 NC의 성장판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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