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기획의도를 잃어버린 채 점점 산으로 가는 전개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 네 남녀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지금이 한 여름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드는 뜬금 없는 스릴러, 호러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지난 22일 방송된 15회에서 한태상(송승헌 분)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한 서미도(신세경 분)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기억을 잃은 것처럼 행동한 것이 마지막에 반전으로 펼쳐지며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한순간에 사랑이라는 열풍에 휩싸여 걷잡을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리는 네 남녀의 치정멜로를 담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미도가 태상과 이재희(연우진 분) 사이에서 지나치게 길게 감정 정리를 못하더니만 삼각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난 후에는 매회 개연성 없는 전개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으로 안방극장의 분노를 사고 있다.

태상의 부하 이창희(김성오 분)는 미도가 기억을 잃은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고 확신한 후 걷지 못하는 미도를 숲속으로 끌고 갔다. 이후 미도가 숲속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그동안 기억을 잃은 척 했던 미도의 두려움 가득한 속내가 쏟아졌다. 미도는 교통사고 후 다리를 다친 것과 동시에 재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모두를 속였다.
미도는 숲속에서 걷지도 못한 채 비를 맞으며 자신이 은혜를 모른 채 태상을 배신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연신 “벌 받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오열했고 이 장면은 그동안 미도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태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태상이 이런 미도의 거짓말을 눈치 채면서 이 드라마는 점점 그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스릴러물과 맞먹는 음산한 분위기는 시청자들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신세경의 오열과 두려움에 떠는 연기가 감탄을 자아냈지만 한순간에 장르를 바꿔버린 전개는 튀어도 너무 튀었다.
결국 태상에 대한 마음 속 고마움 때문에 미도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창희는 어느 순간 사회폐쇄적인 성향의 사이코패스가 됐고, 미도는 밑도 끝도 없는 어장관리녀가 됐으며, 재희는 사랑에 눈이 멀어 분간을 못하는 얼간이가 됐다. 순정남 태상을 제외하고 멀쩡한 인물이 없게 되며 이 드라마는 점점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또한 왜 미도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시청자 설득 과정이 부족해 개연성이 떨어졌다.
송승헌, 신세경, 연우진, 채정안, 김성오 등 출연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전혀 아쉬움이 없지만 중반 이후로 이 드라마가 힘을 잃은 데는 쫀득한 치정멜로드라마를 보여주지 못한데 기인한다. 특히 두 남자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미도를 단순한 ‘어장관리녀’로 만들어버린 것은 안방극장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됐다.
현재 시청자들은 관련 게시판에 “배우들의 열연이 묻히는 드라마”, “정말 끝까지 보려고 해도 도저히 답답해서 못 보겠다”, “15회는 막장 호러물 수준이었다”, "괜히 죄 없는 신세경과 연우진만 캐릭터 때문에 욕을 먹고 있다"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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