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김혜수 “‘약 먹고 연기하냐’고 묻더라”[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5.29 09: 14

직장 상사 앞에서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을 외치며 휙 뒤돌아 가버리는 계약직 직원. 이런 직원이 진짜 있을까 싶지만, 통쾌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직장인의 공감과 힐링을 키워드로 한 KBS 2TV 종영드라마 ‘직장의 신’의 미스김, 김혜수는 “이런 드라마에 출연해서 기분이 정말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드라마가 정말 반가웠어요. 미스김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TV 속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에요.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메시지를 짧고 재미있게 담아냈죠. 이런 걸 할 수 있는 작가가 별로 없을 거예요. 이런 드라마가 많았으면 좋겠지만 많아지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미스김 신드롬’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만큼 드라마에는 매회 호평이 쏟아졌다. 자격증 124개 소유자인 비현실적인 캐릭터 미스김을 진짜처럼 살려낸 김혜수의 활약이 단연 눈부셨다.

“드라마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보통 카톡은 하루에 한 두 개 오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200개씩 왔어요.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사람들이 너무 웃기다고 말해줬어요. ‘약 먹고 연기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일 때문에 이틀 못 자고 합니다만’이라고 답했죠.”(웃음)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그 누구보다 미스김을 잘 알고 있는 것은 그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일 것이다. 평소 김혜수의 당당한 이미지는 미스김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슈퍼갑 이미지의 김혜수는 정작 자신을 “을도 아닌 병”이라고 설명했다.
“미스김은 슈퍼갑이지만 김혜수가 계약할 때는 을 혹은 병입니다. 중간에 매니지먼트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 좋은 병이에요. 부당한 계약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죠. 방송국 표준계약서라는 게 있는데 ‘누구를 위한 표준일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예전에 MBC ‘김혜수의 W’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했을 때는 표준 계약서대로 안 했어요. 그건 제가 슈퍼 병이라서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에서는 계약서를 운용한다는 게 납득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관계자들도 이례적으로 그걸 받아들여줬어요.”
“우리는 대부분 고용주가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해요. 그리고 받는 만큼 하지 않으면 비참하게 짓밟혀요. 그런데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받아들이는데 너무 익숙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 약자를 스스로 자처할 필요는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김이 잠정적인 용기를 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시청자들이 계약직의 입장을 대변한 미스김에 위로를 받았다. 그것은 미스김을 연기한 김혜수도 마찬가지였다. “미스김이 정주리(정유미 분)에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네가 원하는 길을 가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내 삶을 자발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사회 시스템 상 무언가에 맞추고 속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스스로 포기하고 억압해야 하는 현실이잖아요. 용기가 필요해요. 우리는 그 용기를 모르거나 용기를 누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대사는 미스김이 김혜수에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혜수는 미스김과 장규직의 복잡 미묘했던 상황에 대해 “로맨스가 아니었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미스김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장규직(오지호 분)을 찾았던 엔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미스김은 장규직의 키스를 자신에 파리가 부딪친 정도로만 생각하는,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사는 여자에요. 만약 이 여자가 키스에 방어적으로 행동 한다면 개인적인 게 얽힐 수밖에 없어요. 미스김이 계약을 끝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의미를 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쌍방 감정 교류가 있는 것이 로맨스죠. ‘직장의 신’은 아닙니다.”
“또 미스김은 자발적으로 한국에 돌아왔어요. 장규직이 있는 곳에 간 건 의도적이었겠지만, 장규직을 위해 그 공장으로 간 것은 아니에요. 남녀주인공의 열린 결말에는 그들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것이 익숙한 그림이지만 미스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떠나려 했을 때 장규직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택시를 돌려 그를 구한 것도, 미스김은 정주리가 그 상황이었어도 같은 선택이었을 거예요.”
 
미스김이 다시 계약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됐기에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높다. 미스김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저도 미스김을 너무 보고싶어요. 그립고, 눈물나고, ‘내가 미스김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간절한 것과 실제는 달라요. 제가 미스김을 다시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미스김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윤난중 작가밖에 없고, 전창근 연출자가 있었기 때문에 코믹과 진정성, 진중함의 조화가 있을 수 있었어요. 미스김을 다시 선택하게 되는 순간을 기대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스김을 털어낸 김혜수는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전혀 없다는 김혜수는 그 나름의 계획과 신념을 전하며 미스김과의 접점을 엿보게 했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든 직장인들, 이 시대의 미스김이 아닐까.
“작품을 선택할 때 정해놓은 기준은 없어요. 남들이 좋다고 해도 스스로 수행하기 무리라고 생각되거나 좋았다고 하는 지점에 동의를 못하면 작품을 못해요. 덧붙이자면 특별히 수동적인 캐릭터는 싫어요. 어떤 역할이든 이 캐릭터만의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력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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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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