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의 대가 김구라가 투입된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김구라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황금어장)에서 MC로 활약했을 때처럼 여전히 거침없고 과감한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구라는 13회부터 MC로 투입돼 변함없이 거친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 독설과 반말을 섞어 내뱉는 '김구라식' 진행법을 마음껏 뽐냈다. 게스트가 꺼려할 질문도 거침없이 물었고, 특유의 직설적이고 과격한 말투로 MC들까지 장악했다.
이런 김구라식 진행법은 과거 '라디오스타' 시절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김구라가 처음으로 투입된 13회에서는 '라디오스타'에서 호흡을 맞추던 윤종신이 MC로 있었기에 더욱 이런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윤종신이 빠지고 배우 봉태규가 새 MC로 투입됐음에도 '화신'은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많이 닮아있다.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식 '돌직구 진행'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다. 김구라의 거침없는 입담과 독설, 삐딱하게 앉아 반말까지 서슴지 않는 진행법은 '라디오스타'를 지금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김구라가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면, 김국진은 차분하게 돌직구를 던진다. 여기에 규현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독설을 내뱉고 얄밉지 않을 정도로 깐죽거리면, 윤종신이 파고들어 '라디오스타'만의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이것이 게스트를 막 대해도(?) 용서되는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김구라가 '화신'에서도 '라디오스타' 시절 진행법을 계속 이어가다보니 프로그램이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이미 '라디오스타' 등 여타 방송에서 보여줄 만큼 보여준 김구라의 독설화법이 포맷까지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또 소비되고 있으니, 시청자로서 '화신'이 '라디오스타'와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입담꾼인 신동엽과 김희선, 봉태규, 그리고 김구라의 조합도 신선하다기보다 정신없는 지경이다. 4명의 MC들도 서로 호흡이 맞지 않다보니 시청자들은 게스트보다 MC들에 더 눈길이 쏠리고, 산만한 진행이 신경 쓰인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게스트를 너무 방치한다는 평이 있을 정도. '라디오스타'가 개성 강한 MC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조화롭게 이용했다면, '화신'은 캐릭터 강한 4MC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구라의 진행방법뿐만 아니라 '화신'의 코너 자체도 '라디오스타'와 많이 닮았다. '화신'은 방송 초반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됐던 SBS '야심만만 시즌1'의 코너를 따라갔지만 '야심만만'과 달리 진부한 포맷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고, 12회 만에 '한 줄의 힘' 코너를 신설했다. 13회부터는 김구라의 투입에 맞춰 '풍문으로 들었소' 코너까지 더해졌다. 이 코너는 SNS나 증권가 정보지에 떠도는 스타들의 루머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으로, '라디오스타'의 근황토크와 매우 유사한 형식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게스트들에 관한 루머나 과거 사건사고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 지난 14회에 출연한 2PM 멤버 닉쿤처럼 다른 프로그램에서 한 얘기를 또 다시 하는 경우도 많다(공교롭게도 닉쿤은 '라디오스타'에 이어 '화신'에서도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이는 근황토크가 아니더라도 게스트들의 껄끄러운 사건사고를 콕 집어서 지적하는 '라디오스타'식 토크 방식과 매우 유사해 식상한 느낌을 준다.
'화신'은 MC의 진행방식과 코너까지 비슷한 느낌을 주다 보니 분명 새로운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스타'와 끊임없이 비교되고 있다. 새 코너, 새 MC를 투입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한 '화신'이 '라디오스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한 번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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