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일을 냈다. 개봉 19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상 초유의 기록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23일 오전 11시 기준, 누적 관객수 6,050,797명이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후, 초반에 비해 다소 주춤해진 인상이지만 여전히 구름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 오브 스틸'과 '월드워Z'의 공습에도 불구, 끈덕진 흥행 기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앞서 한국 영화사상 최고 예매율, 최다 사전 예매 관객수, 최고 일일 스코어, 개봉 36시간 만에 최단기간 100만 돌파 등 진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해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18일만)는 물론 '7번방의 선물'(17일만)의 기록을 제압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19일 만인 23일, 600만 관객까지 넘어선 것. 이는 2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베를린'보다도 빠르다.



현재는 '월드워Z'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주긴 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미 장기 흥행 국면을 맞았다. 이 기세대로라면 거뜬히 700만을 넘기고 800만 이상의 관객 동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이 기록적인 흥행이 놀라운 것은 단순히 관객수 데이터 때문만은 아니다. '대세' 김수현의 티켓 파워를 사실상 최초로 제대로 가늠한 기회가 됐으며 관객들과 평단 사이에서 이른바 '만듦새 논란'이 가열됐음에도 불구, 관객 몰이가 계속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 김수현, 안방-극장 대체불가 톱스타 입증
김수현은 지난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시청률 40%를 넘기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가인 정일우 등과 함께 주연한 이 작품에서 김수현은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과 흥행력을 발휘했다. '해를 품은 달' 이전 이미 '드림하이'와 '자이언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통해 차츰 입지를 확보해왔던 그는 마침내 '포텐'을 폭발시키며 남녀노소가 인정하는 대세로 부상했다.
이후 수십 편의 CF를 거머쥐며 인기 질주했고 천만 영화 '도둑들'로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사실상 김수현의 인기와 스타성에 대한 실질적 바로미터가 된 것은 이번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평가되고 있다. 안방극장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흥행 파워를 지닌 톱 배우임을 제대로 인정받게 된 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 요인으로는 원작 웹툰의 인기와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주연 3인방의 팬덤 등이 꼽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상 최고의 예매율부터 기록적 흥행 레이스를 가능케한 주인공은 김수현이라는 분석이다. 제작사, 배급사 등 내부마저 기대이상으로 놀란 김수현 파워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김수현은 설경구나 송강호, 하지원 등 과거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들을 이을 차세대 티켓 파워 주자다"며 "아직 어린 나이나 짧은 경력을 감안하면 그가 이토록 거대한 티켓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크린에서나 TV에서나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고 전했다
# 만듦새 논란도 극복한 파죽지세 흥행
사실상 이 영화는 개봉 전 언론과 평단 사이 상당한 혹평을 받았다. 김수현을 필두로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등 배우들의 매끈한 연기력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영화 자체의 스토리나 구성, 연출과 편집 등 만듦새에 있어 빈틈이 많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개봉 후, 실제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원작의 컷을 그대로 살려다 옮겨놓으면서 어색하고 미숙하다',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감정이 끊긴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견이 다수 보였다.
그래서 개봉 초반 흥행 스코어에 대해서 역시 언론과 네티즌 사이에서 '김수현 팬덤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특히 '맨 오브 스틸'과 '월드워Z'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상대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영화는 다수의 예측을 깨고 흥행 가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만듦새에 있어 상당한 오점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배우들의 팬덤과 특히 10대, 20대 여성으로 편중된 관객들 사이 입소문에 힘입어 돌진하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개봉 당시 예매율을 분석한 결과, 이전의 영화들에 비해 10대 여성들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통 10대들은 예매하기보다 현장 구매해 영화를 관람하는 경향이 높은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애초부터 10대 예매율이 눈에 띄게 컸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큰 흥행을 예감한 바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공은 결국 작품의 완성도만이 흥행의 척도는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며 "결국 스타 캐스팅과 양질의 마케팅 전략이 일궈낸 성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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