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사용 설명서 '미스김은 자격증, 수지는 강철체력'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6.29 07: 09

[유진모의 테마토크] 얼마전 종영된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주인공 미스김 역을 맡은 김혜수의 재발견으로써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극중 미스김은 무엇 하나 못 하는 게 없는 만능의 원더우먼이다. 알고 보니 그녀가 보유한 자격증만 무려 124개. 대형 중장비부터 버스까지 운전 못하는 게 없고 항공기 정비자격증에서 조산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직장생활에서 3개월 한시적 계약직을 고집하는데 근무기간 중에는 '미스김 사용 설명서'라는 매뉴얼을 내놓고 그 조건 안에서만 자신을 부리도록 제한하고 있다.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각은 칼같이 지켜야 하며 자신의 직계상사 외에는 자신을 부릴 수 없다. 또한 커피 타는 것부터 화장실 청소 그리고 사무용품 수선까지 자신의 몫이다. 다만 회식 참여 강요는 불가하고 점심은 꼭 혼자 먹어야 한다. 초과근무에는 반드시 수당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는 회식에 참여해도 탬버린 두드리고 폭탄주 타면서 시간을 따로 내는 것에 대한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요즘 대세인 미쓰에이의 수지(19)의 사용 설명서에는 뭐가 적혀야 할까?
JYP엔터테인먼트의 주요사항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장법인 JYP는 올해 273억 59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이는 소속 연예인의 활동에 따라 예상 수입을 추정한 것이다.
그 중 그룹 2PM이 받는 인세는 총 77억 5300만 원이라고 한다. 즉 JYP의 수입은 2PM이 거의 올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YP처럼 JYP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AQ엔터테인먼트는 미쓰에이가 소속된 회사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미쓰에이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멤버는 수지다. 더 나아가 수지는 미쓰에이를 넘어서 지난 해에 이어 올해까지 'CF퀸'으로 당당히 서있다. 올해 무려 25편이 넘는 CF를 찍으며 '100억 원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녀시대 김태희 등 모든 CF퀸을 제쳤다. 이쯤되면 JYP엔터테인먼트는 수지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지난 해부터 인터넷에서 유행한 수지의 하루라는 유머다. 한때 유행했던 '이영애의 하루'를 패러디한 것으로 그만큼 수지가 CF계에서 독보적인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증거다.
"아침에 일어나 '덴마크드링킹요구르트'를 마신 뒤 세수를 했다. '티엔' 스킨·로션을 바르고 단정하게 '스마트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리복' 운동화에 '빈폴 아웃도어'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과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하교 후 JYP 연습실에 도착해 미쓰에이 멤버들과 '도미노피자'를 먹으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2시간 동안 안무 연습 후 '비타500'을 원샷했다. 숙소에 돌아와 '닌텐도 슈퍼마리오브라더스'로 게임을 하다 잠들었다."
물론 이 우스갯소리는 1년 전 버전이다. 제대로 수지의 활약을 보여주려면 여기에서 거론된 숫자만큼의 제품이 추가돼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억 원 소녀'라는 별명과 함께 강철체력이라는 수식어가 수지에게 따라다닌다. 이렇게까지 그녀가 CF를 많이 찍을 수 있는 배경에는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인데 도대체 언제 잠을 자고 밥은 제대로 먹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는 수지의 활약상이다.
이에 항간에서는 지나친 소비로 인해 수지의 배터리가 일찍 방전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쌓은 국민첫사랑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며 오늘날 연예계 전방위에 걸쳐 누비고 있는데 이미지의 과소비가 일찌기 식상함을 낳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사실 수지의 국민첫사랑 이미지는 최근 종영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까지 이어졌다. 극중 담여울 역을 맡은 수지의 이미지는 시종일관 사랑스러운 첫사랑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했다.
담여울은 냉철하고 정의로운 무관 담평준(조성하)의 무남독녀로 어려서부터 어머니 없이 거친 무사들의 틈에서 자라났다. 그래서 무술에 능하고 또한 그만큼 보이시한 스타일로 평소 남장을 하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최강치(이승기)라는 반인반수의 기구한 운명의 동갑내기 남자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담여울은 그 누구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감싸안아주지 않으려는 최강치를 유일하게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최강치의 본심을 유일하게 잘 아는 그녀는 무한 무조건의 사랑을 베풀고 그런 순수함과 다소 사내답고 엉뚱하고 때론 무모하기까지 한 이미지로 시종일관 드라마를 이끌었다.
이는 수지가 지닌, 아직은 완벽하게 여인으로 성장하지 않은 소녀와 여인의 중간에 선 첫사랑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사랑을 알고 사랑도 할 수 있을 만한 나이지만 뭔가 2% 부족한, 그래서 성적인 매력을 느끼기 보다는 그냥 감싸안아 주고 기껏 육체적 접촉을 해봐야 입맞춤 정도가 가장 적절한 첫사랑으로 형상화되는 순수와 순백의 이미지를 그녀는 기가 막힐 만큼 잘 그려냈다.
물론 그 결과는 승승장구하는 인기와 그만큼 그녀의 바쁜 스케줄로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수지와 소속사는 여기서 한번쯤 한숨 돌리면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향후 미래에 대한 장기간의 플랜을 짜는 게 옳겠다. 그게 바로 '수지 사용 설명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쓰에이 수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재고다. JYP엔터테인먼트에는 미쓰에이와 더불어 그녀들의 선배인 원더걸스가 있다. 그런데 미쓰에이는 원더걸스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친근감과 신비롭지 않은 섹시함을 강조하면서 나름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강하게 판매하고 있는 수지와 미쓰에이의 대중적인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바로 앞으로 미쓰에이와 그에 소속된 수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만약 수지가 지아 페이 민 등이 은근히 표출하고 있는 퇴폐미와 뒤섞인다면 수지의 주가는 금세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멤버는 섹시한데 수지 혼자서 여전히 청순미를 강조한다면 그것은 미쓰에이의 틀 안에서 볼 때는 안 어울리는 색깔이다.
그 다음은 연기력이다. 수지는 '건축학개론'과 '구가의 서'에서 운좋게도 자신의 캐릭터에 잘 맞는 배역을 받아 작품 속에 훌륭하게 녹아들어갔고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 잘 하는 배우, 훌륭한 배우를 흔히 '팔색조 연기'라고 표현하는데 수지가 대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더이상 지금의 이미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내년이면 그녀는 만으로 스무살이다. 문근영이 그렇게 노력했건만 잘 안 되는 성인으로서의 변신도 수지에게는 필수코스다.
즉 그녀는 이제 여인으로 성숙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고 그것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성숙한 연기력과 그에 맞는 배역을 골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가능하다면 수지같은 배우로서 신인인 경우 작가주의 정신이 투철한 영화감독을 만나 연기의 매운 맛을 혹독하게 경험하는 것도 미래를 고려할 때 훌륭한 보약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얘기겠지만 건강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지난 해와 올해 그녀는 만으로 18세, 19세이므로 돌도 깨물어먹을 정도고 밤을 새워도 될 정도로 한창 팔팔할 때다. 하지만 건강은 과로 앞에서 자랑할 수 없다. 기계도 과하게 가동하다 보면 부하가 걸리고 고장이 난다. 정교하고 연약한 사람의 몸은 더이상 말할 것도 없다.
그녀가 혹은 소속사가 어떻게 그녀의 체력관리 프로그램을 짜거나 짜줄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제는 올바른 '선구안'이다. 지금까지 수지는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CF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닥치는대로 출연해왔다. 물론 '닥치는대로'가 아니라 소속사에서 나름대로 계산하고 저울질해 출연을 결정지어왔겠지만 이제부터는 양보다 질이다. 편수는 줄이되 무게감 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 그리고 새롭게 수지의 이미지를 형성해줄 수 있는 작품으로 까다로운 규칙을 정해 그 매뉴얼대로 출연을 제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당분간 예능은 득보다는 실이다.
수지는 우리 연예계가 모처럼 얻은 보기 드문 보석이다. 다이아몬드처럼 갈고 닦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원석 자체로 빛나는 보석이다. 하지만 그 보석의 과잉소비는 자칫 잘못하면 지나친 마모로 사이즈가 작아지고 그에 따라 빛이 바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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