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타수 10안타’ 이병규의 시간을 거스르는 법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11 10: 00

“내게 전성기가 있었나? 그저 매일 그라운드에 나와서 야구하는 게 즐거울 뿐이다. 경기에 뛰는 동안은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된다.”
LG 주장 이병규(39)는 10일 경기 후 올 시즌 전성기 못지않은 맹활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이병규는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프로 입단 첫 해인 1997시즌을 회상하며 “매일 나와서 야구하고, 또 운 좋게 주전으로 뛰니까 정말로 프로가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16년이 지났지만 이병규에게 야구는 여전히 ‘즐거움’ 그 차제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이병규는 5월 7일부터 1군에 합류, 42경기서 타율 3할8푼8리 4홈런 39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4할6푼3리로 매 번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는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100타석 이상을 기준으로 비공식 타격왕이 된다.

투수가 던지는 어느 공이든 귀신처럼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입이 벌어지게 한다. 그야말로 타고나지 않으면 절대로 닿지 못할 경지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병규의 입장은 달랐다. 끝없는 연습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들이 내게 ‘타고났다’ 혹은 ‘천재형’이라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올 시즌 팀에 늦게 합류했고 실전 경험도 적어서 첫 한 달 동안은 경기가 끝나고 30~40분씩 혼자 운동했다. 그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시즌 초반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만큼 찬스에서 더 집중하려고도 한다.”
실제로 이병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병규가 연습 배팅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바로 이병규가 여전히 활약하는 원인이다. 정말 저 나이에도 배트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병규 또한 “솔직히 신인 때나 지금이나 몸 상태에 있어 큰 차이를 느끼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이병규는 올 시즌에만 2개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 프로통산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를, 10일 잠실 NC전에선 한국프로야구 신기록인 10연타석 안타를 달성했다. 5일 간격으로 한국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하지만 이병규는 기록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자신이 세운 기록으로 인해 LG가 강해지고 한국야구가 발전하기를 기원했다. 
“기록을 달성한 것도 좋지만 후배들에게 노력하면 야구를 오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더 기쁘다. 열심히만 한다면 나이 먹어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만큼 후배들이 내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세운 기록들도 후배들이 깨뜨려주기를 바란다.”
팀 내에서 이병규는 후배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자 따라가야할 목표점이다. 오지환은 이병규를 우러러보며 “이병규 선배님은 치고 싶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안타를 만들어 내신다.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신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한다.
문선재 또한 “이병규 선배님을 보면 정말 멋있으시다는 생각이 든다. 이병규 선배님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이병규 선배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이병규가 자신의 롤모델이라 밝혔다. 2002시즌부터 이병규와 함께 LG를 이끌고 있는 박용택은 “병규형이 내 목표다. 병규형의 기록은 내가 다 깰 것이다”고 전했다.   
이병규의 올 시즌 목표는 야구하는 ‘즐거움’을 팀 전체에 전파하는 것이다. 때문에 항상 후배들에게 “즐기자. 그라운드 위에서 야구하는 3시간만 즐기고 집에 가자”고 말한다. 야구 선수들도 야구가 재미있어 야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야구에 대한 초심을 되찾는다면,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고 봤다.
“지난 주말 3연전 중 첫 두 경기를 지고 나서 ‘세 번째 경기는 져도 된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했었다. 실제로 소모 없이 잘 졌다. 그리고 이번주중 3연전을 가져갔다. 3연패를 당한 게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우리도 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게 하는 한 편 ‘즐기자’는 초심을 되찾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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